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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연봉은 꼴찌, 순위는 중위권. K리그2의 가성비 ‘갑’ 구단, 바로 충남 아산이다. 그 중심에는 박동혁 감독이 있다.

박 감독이 이끄는 충남 아산은 24경기를 치른 현재 승점 36을 기록하며 5위에 자리하고 있다. 2위 대전하나시티즌(41점)과의 승점 차는 5에 불과하다. 사실상 한 그룹에서 경쟁하는 그림이다.

상상 이상의 성적이다. 충남 아산은 K리그 전체에서 가장 적은 인건비를 지출하는 팀이다. 신생팀 김포FC와 비슷한 수준으로 외국인 선수가 없어 지난해보다 오히려 인건비는 줄어들었다. 지난 시즌에 충남 아산은 8위에 올라 호평을 받았는데 올시즌에는 더 나은 성적을 유지하며 5위에게까지 주어지는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리고 있다.

박 감독의 리더십이 재조명받는 시기다. 박 감독은 1979년생으로 현재 K리그 전체 사령탑 중 가장 젊다. 하지만 그의 경험은 풍부한 편이다. 2016년 울산 현대에서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으니 벌써 7년 차를 보내고 있다. 여기에 2018시즌 아산 무궁화의 우승을 이끈 경력까지 더해 산전수전을 다 겪은 젊은 지도자로 볼 수 있다.

업계에서 보는 박 감독의 가장 큰 능력은 ‘선수를 보는 눈’이다. 리그에서 주목 받지 못하는 선수를 발탁해 키우는 재주가 좋다. 충남 아산에서 활약하다 여러 팀의 러브콜을 받고 대전하나시티즌으로 간 김인균이 대표적이다. 올해에는 12골로 득점왕을 노리고 있는 유강현이 박 감독 아래에서 기량을 꽃 피우고 있다. 충남 아산 상승세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가 바로 유강현이다.

사실 유강현은 지난 시즌 경남FC에서 5경기에 출전해 무득점에 그친 무명의 공격수였다. 그런 유강현을 박 감독은 눈여겨봤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데려온 이유였다. 박 감독은 “한 번 상대해봤는데 가능성이 보였다. 움직임이 이정협처럼 아주 좋았다. 슛 능력도 겸비하고 있어 잘 키우면 될 것 같았다. 기대만큼 해주고 있어 좋다”라고 말했다.

유강현 외에도 젊지만 다른 팀에서 기회를 얻지 못한 선수들이 충남 아산으로 와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박 감독은 동기부여를 하는 능력도 좋다. 충남 아산 같은 없는 살림의 팀에서는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박 감독은 선수들을 독려할 때와 채근할 때를 잘 구분하는 지도자다. 편안함과 긴장감을 조율하는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유명하다. 박 감독은 “환경이나 여건은 우리가 다른 팀들을 따라갈 수 없다. 그래서 우리끼리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할 수 있다는, 해보자는 메시지를 주고 선수들을 더 뛰게 하는 게 내 역할이다. 우리가 잘하고 있다고 하는데 제 능력보다는 선수들이 잘해서 그런 것”이라며 겸손하게 말했다.

전체 일정의 절반이 지났다. 이제 충남 아산도, 박 감독도 플레이오프 욕심을 내지 않을 이유가 없다. 박 감독은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기복이 있었다. 못하는 경기, 잘하는 경기의 차이가 컸는데 올해에는 그 기복이 많이 줄어들어 만족스럽다”라며 “여기까지 왔으니 우리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원래 목표는 6위였는데 플레이오프 진출도 노려보겠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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