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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평균자책점 8.56만 보고 예단할 수 없다. 구위와 부드러운 투구 메커닉은 미래 에이스로 손색이 없었다. 다만 과정이 아쉬웠다. 그래서 더 신중해야 한다. 한화 특급 오른손 유망주 문동주(19) 얘기다.
다시 시동을 걸었다. 문동주는 지난 2일 어깨 이상으로 이탈한 후 처음으로 불펜피칭에 임했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문동주는 약 75%의 힘으로 20개의 공을 던졌다. 20개 모두 속구였고 투구 후 통증과 같은 특이사항은 없었다”고 밝혔다. 부상 후 첫 불펜피칭을 성공적으로 마친 만큼 앞으로 라이브 피칭과 실전 등 과정을 거쳐 1군 마운드를 응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복귀에 앞서 결정할 게 있다. 문동주의 보직이다. 전반기처럼 전례없는 과정을 밟으며 선발투수로 전환을 꾀하면 또다시 팀과 선수 모두 손해만 본다. 문동주는 지난 5월 10일 잠실 LG전에서 1군 데뷔전을 치른 후 5월 22일까지 중간투수로 활약했다. 필승조에 편성 돼 2홀드를 올렸다.
하지만 이후 한화는 노선에 변화를 줬다. 1군 무대에서 문동주의 투구수와 이닝수를 늘리더니 6월 9일 대전 두산전에 문동주를 선발 등판시켰다. 선발투수가 1군 무대에서 빌드업 과정을 거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선발 준비 과정인 만큼 결과에 대한 부담이 없는 2군에서 투구수와 이닝수를 늘리는 게 일반적이다. 미국 메이저리그도 마찬가지다.
하물며 처음 프로 무대를 경험하는 만 19세 성장기 투수가 이런 과정을 밟았다. 결국 첫 선발 등판에서 2이닝 4실점으로 고전했고 어깨 이상으로 휴식 및 재활에 임했다. 시즌 중 베테랑 투수도 어려움을 겪는 보직 전환을 시도했다가 모든 게 중지되고 말았다.
다시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보직부터 결정해야 한다. 1군 복귀시 예전처럼 1이닝만 책임지는 중간투수로 기용할지, 아니면 더 시간을 두고 시즌 막바지 선발 등판으로 목표점을 잡을지 결정해야 한다. 보직에 따라 복귀 과정도 달라질 것이다. 이미 성적 욕심을 낼 시기는 지났다. 지금은 미래를 바라보며 문동주에게 맞는 옷을 입히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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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 당시 기대한 보직은 선발투수였다. 2, 3년 후 토종 에이스로 자리매김해 암흑기에서 탈출하는 주역이 될 것을 기대했다. 그러면 선발투수에 맞춰 준비시키면 된다. 천천히 과정을 밟고 신중히 컨디션을 체크하며 시즌 막바지 한 두 차례 선발 등판을 목표로 삼으면 된다. 당장 문동주에게 필요한 것은 1군 성적이 아닌 100%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제대로 빌드업을 이루는 것이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불펜피칭을 마친 시점에서 문동주의 보직은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보직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지난 2일까지 시즌 전적 29승 63패 2무. 5위와 18경기 차이나는 최하위다. 문동주가 당장 1군에 올라와 괴력투를 펼쳐도 달라질 것은 없다. 문동주 프로젝트와 1군 운영을 철저히 분리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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