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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불펜 셋업맨 로버트 수아레스와 5년 46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다. AP연합뉴스

[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2016년 월드시리즈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시카고 컵스전이었다. 7차전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컵스가 ‘염소의 저주’를 깨고 108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2016년 시즌 후 프리에전트 시장에서 각광받는 포지션이 불펜투수들이었다. 클리블랜드의 WS 진출에는 불펜에 좌완 앤드류 밀러의 힘이 컸다. 테리 프랑코나 감독은 밀러를 9회 마무리가 아닌 승부처에서 기용해 상대 타선을 잠재웠다.

밀러는 세이브도 없었는데 ALCS MVP를 수상했다. 4경기에서 7.2이닝을 던져 삼진 14개를 빼앗는 무실점 역투를 했기 때문이다. 컵스에는 마무리 좌완 아롤디스 채프먼이 버텼다. 시리즈 1승3패로 몰렸던 컵스는 5차전에서 채프먼이 세이브, 7차전에서는 구원승을 거뒀다.

시즌 후 12월에 채프먼은 뉴욕 양키스와 불펜투수로는 역대 최고 몸값인 5년 86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서부의 LA 다저스는 1개월 후 클로저 켄리 잰슨과 5년 8000만 달러에 다년 계약을 맺으며 뒷문을 굳혔다. 역대 불펜투수 연봉 1,2위였다.

그러나 올해 이 기록을 뉴욕 메츠 에드윈 디아스가 5년 1억200만 달러로 갈아 치웠다. 디아스는 올시즌 철벽 마무리로 활동한 터라 거액을 받을 만한 요인을 충분히 갖고 있다.

이변이 바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셋업맨 로버트 수아레스(31)와 휴스턴 애스트로스 라파엘 몬테로(32) 계약이다. 수아레스는 5년 4600만 달러, 몬테로는 3년 3450만 달러다. 수아레스는 3년 후 옵트 아웃을 사용할 수 있다. 수아레스와 몬테로의 계약의 특징은 마무리가 아닌 단순 불펜투수로 최고액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마무리가 아닌 불펜투수는 1년 계약이 일반적이었다.

수아레스는 2023시즌이 MLB 경력 2년 차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5년 활동했다. 2020, 2021시즌 한신 타이거스에서 마무리로 활약한 게 최고 경력이다. 샌디에이고 AJ 프렐러 단장은 9월과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수아레스의 위기관리능력과 구위를 인정한 것이다.

161km(100마일)의 강속구를 뿌린다. 올해 47.2이닝을 던져 61삼진 21볼넷을 기록했다. 후반기에 삼진/볼넷이 4.00으로 전번기 2.23보다 좋았다. NLCS 5차전 8회 필리스 브라이스 하퍼에게 역전 투런홈런을 허용한 게 뺘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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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시리즈 챔피언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불펜의 라아펠 몬테로와 3년 3450만 달러 계약에 합의해 불펜의 전력 누수를 막았다. AP연합뉴스

2014년에 데뷔한 몬테로도 올해 활약으로 대박을 터뜨린 케이스다. 지난해 시애틀과 휴스턴에서 44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6.39였다. 올해 71경기에서 5승2패 2.37. 68.1이닝을 던져 73삼진을 빼앗았다. 재미있는 점은 몬테로를 트레이드한 한 주역은 1년 재계약을 제시해 팀과 결별한 제임스 클릭 전 단장이었다.

올 오프시즌 다시 불펜투수들의 몸값이 치솟은데는 포스트시즌에서 불펜진들이 보여준 역할 도드라져서다. 휴스턴의 월드시리즈 우승은 사실 불펜이 엮어낸 것이다. 포스트시즌 총 126이닝에 불펜이 54.1이닝을 책임졌다. 4승1패 평균자책점 0.83의 경이적인 기록이었다.

2승4패로 아깝게 우승을 놓친 필라델피아 필리스도 불펜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와일드카드시리즈부터 WS까지 불펜은68.2이닝을 소화했다. 선발은 81.1이닝. 68.2이닝에 6승2.62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다. 선발진이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불펜이 취약하면 강력한 선발도 모래 위의 성이다. MLB 프런트맨들이 가장 먼저 불펜 강화에 나서는 이유다.

moonsy10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