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QATAR-LUSAIL-2022 WORLD CUP-SEMIFINAL-ARG VS CRO
경기 후 메시와 손을 잡는 모드리치.신화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도하(카타르)=정다워기자] 눈물을 흘린지언정 오열하지 않는다. 아쉬움은 남지만 상대를 축하하는 존중을 보인다. 루카 모드리치(크로아티아)의 품격이다.

모드리치가 이끄는 크로아티아는 2022 카타르월드컵 준결승전(4강)에서 아르헨티나에 0-3 완패를 당했다. 지난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결승 진출에 도전했던 크로아티아의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크로아티아는 결승전이 아닌 3~4위전으로 향한다.

크로아티아는 월드클래스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를 중심으로 짜임새 있는 조직력을 선보이며 이번 대회 준결승까지 올랐다. 16강, 8강전에서 모두 승부차기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을 벌였고, 지난 대회에 이어 다시 한 번 준결승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크로아티아의 레이스는 여기까지였다. 리오넬 메시가 버티는 아르헨티나는 강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세계적인 스타들이 속한 팀이 줄줄이 탈락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포르투갈을 비롯해 네이마르의 브라질까지 8강에서 패했다. 잉글랜드 해리 케인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눈물’에 있다. 8강에서 탈락한 이들은 하나 같이 오열했다. 호날두는 경기 후 곧바로 드레싱룸으로 향했는데 이때 어린 아이처럼 서럽게 울었다. 네이마르는 피치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페널티킥을 실축한 케인도 바닥에 엎드려 고통스러워했다. 동료가 카메라맨을 저지할 만큼 심각하게 좌절했다.

크로아티아의 스타 모드리치는 달랐다. 경기가 끝나자 모드리치는 동료들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이어 아르헨티나 선수들에게 다가가 악수를 건네며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다. 같은 10번을 달고 맞대결을 벌인 리오넬 메시와도 손을 맞잡고 서로를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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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퇴장하며 눈물을 훔친 모드리치.로이터연합뉴스

모드리치도 눈물을 흘리기는 했다. 드레싱룸으로 향하며 잠시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다만 워낙 순식간이라 감지하기는 쉽지 않았다.

모드리치라고 결승 진출 실패가 뼈아프게 다가오지 않을까. 모드리치는 지난 대회에서 팀을 결승전에 올려놨다. 하지만 프랑스에 패배해 준우승에 그쳤다. 4년 후 다시 기회가 왔고 모드리치와 크로아티아는 사상 첫 우승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아르헨티나만 넘으면 결승에 올라 또 한 번 트로피를 꿈꿀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르헨티나전 패배는 분명 모드리치에게도 매우 아쉬운 결과다.

결과를 뒤로 하고 모드리치는 품격 있는 모습으로 경기장에서 퇴장했다. 아름다운 패자의 전형을 보여줬다.

모드리치는 원래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선수로 유명하다. 1985년생으로 내일 모레면 불혹이 되지만 철저한 자기관리로 세계 최고의 클럽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주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최고의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모드리치는 2018년 발롱도르를 수상했을 때 동료들에게 고가의 시계를 선물한 게 알려져 화제를 끌었다. 선수뿐 아니라 코칭스태프, 팀 닥터, 심지어 버스 기사에게까지 고마움을 표현한 미담이 뒤늦게 알려졌다.

결승에는 올라가지 못했지만 모드리치는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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