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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진행 상황을 유심히 보고 있다. 필요한 변화라면 당연히 검토할 것이다.”
애리조나와 플로리다에서 진행 중인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에서 변화의 태풍이 몰아친다. 이제는 마운드에 선 투수,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 모두 마냥 시간을 흘려보낼 수 없다. 자칫하면 투수는 볼카운트를 내주고 타자는 스트라이크 카운트를 허용한다. 허무하게 내준 카운트 하나가 되돌릴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26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애틀랜타와 보스턴의 시범경기가 그랬다. 9회말 2사 만루 풀카운트에서 애틀랜타 타자 칼 콘리는 허무하게 삼진으로 물러났다. 콘리가 헛스윙을 했거나 상대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던진 게 아니었다. 콘리는 8초 이내로 타격 준비를 마치지 않았다. 자동으로 스트라이크 카운트가 올라갔고 9이닝으로 합의된 이날 경기에 마침표가 찍혔다. 시범경기 2일차부터 작년까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결말이 나왔다.
피치클락 관련 규정은 다음과 같다. 투수는 무주자시 15초 이내, 유주자시 20초 이내에 투구 모션에 들어가야 한다. 타자도 8초 이내에 타석에서 들어서서 타격 준비를 마쳐야 한다. 투수가 시간을 위반하면 볼카운트가 올라가고 타자가 시간을 위반하면 스트라이크 카운트가 올라간다. 포수 뒤 백스톱에서 커다란 초시계가 작동하며 심판진은 농구의 24초 시간 제한처럼 엄격하게 시간을 제한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MLB 사무국은 피치클락 외에도 시프트 제한, 견제 횟수 제한, 베이스 크기 확장을 2023시즌 새 규정으로 확정지었다. 시범경기부터 이를 고스란히 적용하고 있는데 의도대로 경기 시간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9이닝 기준 3시간 3분이었던 평균 경기 시간이 10번의 시범경기에서 평균 2시간 34분으로 측정됐다. 경기 시간을 3시간 이내로 끊고자 하는 사무국의 계획이 청신호를 밝히고 있는 셈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MLB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스피드업을 우선과제로 내세우는 KBO 또한 피치클락 도입을 검토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KBO 관계자는 “MLB 진행 상황을 유심히 보고 있다. 필요한 변화라면 당연히 검토할 것이다. 앞으로 MLB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현장과 팬들의 반응은 어떤지 참고하고 KBO리그도 이를 적용할지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KBO는 궁극적으로는 평균 3시간 이내로 경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꾸준히 규정을 보완하고 있다. 2023시즌 퓨처스리그에서 투수는 무주자 상황에서 12초 이내에 투구하지 않으면 볼카운트가 올라간다. MLB의 피치클락과 방향은 동일하다. MLB 새 규정이 연착륙한다면, 그리고 이를 적용하는데 기술적인 문제가 없다면, KBO리그에서도 피치클락이 도입될 수 있다.
이제는 익숙해진 비디오 판독 또한 MLB의 변화에 따라 KBO도 2014시즌 후반기부터 도입한 바 있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