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척=김동영기자] 자칫 ‘FA 미아’가 될 뻔했던 키움 정찬헌(33)이 시즌 첫 등판에 나섰다. 결과는 호투다. 타선 지원이 부족한 것이 아쉽게 됐다.

정찬헌은 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SSG와 주말 3연전 첫 번째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1실점의 퀄리티스타트(QS) 호투를 펼쳤다.

팀이 0-1로 뒤진 상황에서 내려와 패전 위기이기는 하다. 그러나 결과가 따라오지 못했을 뿐, 내용은 빼어났다.

공이 빨랐던 것은 아니다. 투심의 최고 구속이 시속 141㎞에 불과했다. 평균으로는 시속 137㎞다. 그러나 제구가 됐다. 커브 (24구), 포크볼(10구), 슬라이더(8구) 등 변화구도 좋았다.

6이닝을 소화하는데 딱 62구면 충분했다. 이닝당 10개 정도 던진 셈이다. 그야말로 ‘경제적인’ 피칭을 펼쳤다.

겨우내 힘든 시간을 보냈다. FA를 선언했지만, 팀을 찾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지난 3월27일 원 소속구단 키움과 2년 총액 8억6000만원에 계약했다.

출발이 늦었기에 시즌 시작도 자연히 늦다. 오롯이 캠프도 치르지 못했고, 시범경기 출전도 어려웠다. 착실히 몸을 만들었고, 퓨처스에서 두 차례 등판했다. 4월14일 두산전에서 3이닝 1실점을, 4월19일 KT전에서 2이닝 무실점을 만들었다.

이후 이날 선발로 나섰다. 2023시즌 첫 등판이다. 결과는 대박이다. 단 62개로 6이닝 소화에 성공했다. 특유의 제구가 살아나면서 SSG 타선을 제어했다.

4회 안타-도루-안타로 1점을 준 것이 아쉽게 됐으나, 나머지 5개 이닝은 모두 삼자범퇴였다. '계약 잘했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수준이다.

1회초 추신수-최주환-최정을 중견수 뜬공-중견수 뜬공-3루 땅볼로 잡았다. 삼자범퇴 시작. 2회초에도 기예르모 에레디아-한유섬-박성한을 유격수 땅볼-좌익수 뜬공-투수 땅볼로 막았다.

3회초 들어서도 최항을 1루 땅볼로, 오태곤을 유격수 땅볼로, 김민식을 삼진으로 제압했다. 3이닝 퍼펙트다.

4회초 실점이 나왔다. 추신수를 중견수 뜬공으로, 최주환을 삼진으로 처리했다. 최정에게 초구에 좌전 안타를 맞았고, 에레디아 타석에서 도루를 줬다. 2사 2루. 에레디아에게 좌중간 적시타를 맞아 0-1이 됐다.

더 흔들리지는 않았다. 5회초 한유섬-박성한-최항을 2루수 땅볼-2루수 땅볼-유격수 땅볼로 잠재우며 다시 삼자범퇴를 이끌어냈다. 6회초에도 오태곤을 2루수 뜬공, 김민식을 2루수 땅볼, 추신수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투구수가 적었기에 더 길게 갈 수도 있었지만, 키움 벤치는 교체를 택했다. 62구는 6이닝 기준 정찬헌의 개인 한 경기 최소 투구수다.

지난해 4월30일 고척 KT전에서 6이닝 동안 63구를 던지며 무실점을 만든 바 있다. 1개 덜 던지며 6이닝을 먹었다.

LG 시절인 2021년 4월14일 고척 키움전에서는 6이닝 68구 무실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2021년 7월 트레이드를 통해 키움으로 왔고, 8월20일 광주 KIA전에서 69구를 뿌리며 6이닝 무실점을 만들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