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김민규기자]“정신 차리려고 밀었죠.”
머리카락을 짧게 ‘삭발’한데 대해 얘기하는 NC 마무리투수 이용찬(34)의 목소리에서 굳은 결의가 묻어났다. 이유는 간단명료했다. ‘정신 차려서 똑바로 하자’는 마음가짐을 다지기 위해서다. ‘삭발’의지로 1군에 돌아온 이용찬은 시즌 6세이브를 신고하며 당당하게 복귀를 알렸다.
이용찬은 지난 10일 수원 KT와의 경기에서 팀이 8-7로 앞선 9회 말 등판해 KT 타선을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으며 한 점차 승리를 지켜냈다. 열흘 만에 1군에 복귀해 절치부심한 모습을 스스로 증명한 것.
시즌 개막 후 좋은 모습을 이어가다 갑자기 흔들렸다. 실제로 이용찬은 개막 후 7경기에 나서 연속 무실점 호투했고 1승 3세이브를 거두며 마무리 투수로의 면모를 확실하게 뽐냈다. 그러나 이후 급격히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블론세이브(세이브 요건이 충족되는 상황에서 동점 또는 역전을 허용해 세이브 기회를 놓친 것)를 두 차례나 기록했다. 지난달 23일 창원 롯데와의 경기에선 1이닝 5피안타 3볼넷 5실점으로 무너졌고, 29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실점을 허용했다.
변화가 필요했다. 그래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삭발까지 단행하며 열흘 간 재정비의 시간을 가졌다. NC가 그를 마무리 엔트리에서 제외하며 시간을 준 결단도 주요했다.
이용찬은 “(열흘 동안)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뭐가 안 좋았는지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며 “3~4일은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쉬었다. 이후 운동도 하면서 투구 밸런스에 무엇이 안 좋았는지 찾아보고 개선하는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그의 ‘삭발’에서 반성과 성찰의 의지가 강하게 풍겨졌다. 예전에는 부진을 겪고 있는 선수들이 머리를 짧게 자르며 의지를 불태웠지만 요즘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다. 그 역시도 어렸을 때는 워낙 많이 했는데 오랜 만에 삭발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용찬은 “(삭발을)어렸을 때는 워낙 많이 했는데, 지금 내가 못하니깐 똑바로 하자고 잘랐죠. 정신 차려서 잘하라는 의미”라며 “큰 의미는 없다. 뭐라도 변화를 줘야겠다는 생각에 잘랐다. 내 마음가짐을 다지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NC에서 최고 베테랑 투수다. 후배들은 “우리 대장”이라고 부르며 따른다. 이용찬의 삭발 모습에 후배들 모두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그는 “후배들이 나를 보더니 ‘선배님 왜 그러시느냐’고 다들 깜짝 놀라더라. 그래서 ‘정신 차리고 하려고 잘랐다’고 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목표도 명확하다. 경기에서 나가서 실점하지 않고 잘 막는 것뿐이다. 이용찬은 “베테랑으로서 후배들은 잘 이끌고 옆에서 조언도 하면서 그 역할을 잘 수행해 나갈 것”이라며 “내 역할을 확실히 정해져 있다. 내가 등판하는 경기에서 점수를 주지 않고 잘 막는 것, 난 그것만 생각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