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홍성효기자] 농협중앙회 소속 지역 농협에서 연달아 횡령과 이익 몰아주기 등 사건사고가 터지며, 중앙회의 역할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아울러 도덕적 해이에 대한 평가도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19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천시연맹(제천농민회) 봉양지회는 최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우려로 전국적으로 소금 품귀 현상이 이는 가운데 조합이 소금판매 관련 사실을 조합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소금 사재기를 위해 몰려온 제천시 비조합원 지인들에게 무제한 판매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소금을 구하지 못한 주민들은 봉양농협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농협 홍성주 조합장을 ‘소금 대란’의 책임자로 지목하고 퇴진을 요구했다. 아울러 농협중앙회에 이번 사태에 대한 즉각적인 감사 실시를 촉구하기도 했다.

봉양농협 등에 따르면 봉양 농협경제사업소에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20㎏짜리 천일염 3200여포가 쌓여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으로 소금 구매 러시가 이어져 2주 만에 재고량은 바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제천농민회는 봉양농협 측이 이 기간 1인당 구매제한 없이 1포당 2만원씩 소금을 판매해 왔다고 밝혔다. 이 농협은 소금 사재기 논란이 벌어진 6월 둘째 주 이후에도 구매제한이나 가격 상승 없이 판매는 계속됐지만, 지난 16일부터 1인당 1포씩, 2만5000원으로 가격을 올려 판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9일 홍 조합장이 이 조합 창고에서 수십포의 소금을 싣고 나서는 장면이 CCTV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지역농협의 도덕적 해이는 연이은 횡령사건으로 더욱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서울의 한 지역농협 직원은 ATM 안에 있는 현금을 조금씩 인출하다 적발됐다.

해당 직원이 이런 방식으로 지난 3월부터 몰래 인출한 현금은 약 1억2000만원에 달하며, 빼돌린 돈으로 주식 선물거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중앙회는 이 직원에게 1억원을 모두 돌려받았지만 횡령 혐의로 형사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또 해당 지점이 시재 검사를 소홀히 한 것으로 보고 감사에 착수했다.

농협에서 임직원에 의한 횡령 사건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1월에는 경남 진주의 한 지역농협에서 50대 직원이 고객 예금 9억여 원을 횡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해당 지점은 지난해 12월 말 직원의 횡령 정황을 인지하고 자체 조사를 벌인 뒤 피해자 5명에게 농협 보험을 통해 전액 변제했다.

업계 관계자는 “농협중앙회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다”며 “수많은 지역단위농협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력이나 권한이 없다 보니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도 사실상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2017년부터 2021년 3분기까지 범농협 전체에서 임직원에 의해 발생한 횡령, 배임 등의 사건은 245건이며 피해액은 608억원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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