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골프는 꾸준함을 유지하는 게 어려운 종목 중 하나다. 프로 선수들은 한주에 적게는 54홀, 많게는 72홀 동안 피말리게 경쟁해야 한다. 연습라운드와 프로암 등을 합치면 매주 100홀 이상 치러야하는 경우도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개인의 컨디션은 매일 다르다. 43㎜짜리 작은 공을 길게는 500m가 넘는 필드를 가로질러 108㎜짜리 컵에 넣어야 하는 골프는 당일 컨디션이 매우 중요하다. 바람, 지형, 습도 등 고려할 요소도 많다. 페어웨이와 그린의 경도, 경사뿐만 아니라 잔디 특성까지 고려한 클럽과 샷 선택도 필수다.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으니 역설적으로 생각이 많으면 역효과가 나기 마련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김주형(21·나이키) 방신실(19·KB금융그룹)이 우승 후 기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치른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에서 2022~2023시즌 첫승이자 자신의 PGA투어 통산 2승째를 따낸 김주형은 톱10과 컷탈락을 오갔다. 지난달 치른 PGA챔피언십과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연속 컷탈락 아픔을 겪더니 US 오픈에서 공동 8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지난 1일(한국시간) 디트로이트GC에서 열린 롯켓모기지 클래식에서는 중간합계 2언더파 142타로 컷오프당했다. 올해만 다섯 번째 컷 탈락. 정교한 아이언 샷을 보유하고 있지만,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가 298.2야드에 그쳐 PGA투어 전체 105위에 올라있다. 장타 괴물이 즐비한 PGA투어는 전장이 긴 코스가 많다. 김주형은 “시즌 중에도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덕분에 드라이버 비거리가 증가했다”면서도 “비거리가 늘어난 게 기복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강도 높은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스윙 스피드를 향상시킨 덕분에 이전보다 드라이버 평균비거리가 늘었다. 드라이버 거리가 늘어나면 이른바 코스 매니지먼트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세컨드샷 때 5~6번 아이언 대신 9번이나 피칭 웨지를 잡아야 하면, 티샷 랜딩 지점이 달라졌다는 의미다. 늘어난 힘을 완벽히 제어할 수 없으므로 구상한대로 경기를 풀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미세한 차이로 1타를 잃으면 순위표에서는 앞자리가 바뀌는 결과로 이어진다.

KLPGA투어 장타퀸 방신실도 5월 E1채리티오픈 우승 이후 다섯차례 대회에 출전해 두 번 컷오프 당했다. 지난달 30일 개막한 멕콜-모나 용평오픈에서도 300야드 장타를 뻥뻥 날렸지만, 중간합계 이븐파로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2라운드에서는 10번홀(파5)에서 드라이버 샷으로 306m나 보내고도 세컨드샷 실수에 이은 ‘러프 지옥’ 탓에 트리플보기를 범했다.

깜짝 스타로 발돋움한 뒤 밀려드는 인터뷰 요청과 후원계약 등으로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냈다. 지독한 감기로 링거를 맞기도 하는 등 어린 나이에 감당할 수 없는 일이 파도처럼 밀려든 게 평정심 유지에 장애물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장타에 대한 관심을 즐기려 한다”고 말한 방신실은 그린적중률 1위(77.8%)였을만큼 정교함을 갖춘 선수다. 그러나 우승 후 출전대회에서는 세밀함에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많다.

멀리쳐도 고민은 있기 마련이다. 경험이 일천한 무대라면, 성장통과 이중고를 겪어야 한다. 한국 골프의 미래인 김주형과 방신실도 이 터널에 진입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