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황혜정기자] “지난해 신인이라 막 해도 됐는데,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에 부담감이 컸다. 올해는 연차를 신경쓰지 않는다.”
KIA타이거즈 내야수 김도영(20)이 이제 부상으로 장기간 팀을 이탈했다가 지난달 23일 복귀했다. 7일 현재까지 올시즌 12경기를 소화했지만, 타격감은 최고조다. 타율 0.389(54타수 21안타), OPS(출루율+장타율) 0.974, 2홈런, 7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7일 수원 KT위즈전에서도 대활약했다. 김도영은 2번타자 3루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으로 승리에 기여했다.
김도영은 2-2로 팽팽한 8회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3루쪽 기습번트 안타로 출루에 성공했다. 이어 2루 도루를 성공시켰다. 김도영은 2사 2루에서 4번 타자 최형우의 좌전 적시타 때 홈을 밟아 결승득점을 올렸다.
빠른 발 뿐만 아니라 클러치 능력도 빛났다. 김도영은 4-2로 앞선 9회 2사 1,3루에서 펜스 맞는 대형 우전 2타점 2루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김도영은 8회 기습번트 상황에 대해 “앞선 타석에서 잘 맞은 타구도 잡혔고, 타석에서 안 맞는다 싶은 느낌이라 (기습 번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마침 3루수가 조금 뒤에 있는 것 같아서 시도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도영은 “한 경기에 도루 하나씩 성공이 목표”라고 밝혔다. 김도영은 12경기 동안 현재 6개 도루에 성공했다.
최근 타격감이 절정이다. 특히 최근 3경기 동안 타율 0.533(15타수 8안타) 2홈런 5타점을 기록했다. 김도영은 팀 내에서 에이스로 손꼽히지만, 이제 프로 입단 2년차인 햇병아리다.
김도영은 “지난해 신인으로 진짜 막 했어야 되는데, 괜히 잘하려고 생각만 계속 하다 보니까 더 깊게 부진에 빠졌던 것 같다. 지금은 연차 신경 안 쓰고 작년 후반기에 좋았던 부분을 계속 가지고 가면서 좀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KIA 구단은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김도영의 성장을 돕고 있다. 김도영은 “오늘 (구단에서 마련한 프로그램) 멘탈 상담을 받았는데, 결과만 신경 쓰면 안 좋은 결과 밖에 안 나온다고 했다. 항상 과정을 신경 쓰고, 결과는 나중 일이라고 말씀해 주셔서 그런 생각을 갖고 했다”고 말했다.
김도영은 데뷔 첫 해 103경기 출장해 타율 0.237 3홈런 13도루 OPS .674를 기록했다. 신인으로서 크게 나쁘지 않았지만, 1차 지명자에 대한 세간의 기대치가 너무 높았다. 본인도 그 부담감에 마음이 힘들었을 터.
올시즌도 김도영에 쏠린 관심이 컸다. 그러나 팀내 최선참이자 리빙 레전드 최형우(40)가 김도영의 부담을 덜어줬다. KIA는 김도영이 복귀하기 전까지 답답한 공격력으로 리그 하위권을 맴돌았다. 그러자 모두가 김도영을 비롯해 함께 부상으로 빠져있었던 나성범의 복귀를 오매불망 기다렸다.
최형우는 김도영 복귀를 앞두고 언론과 인터뷰에서 “자꾸 (김)도영이가 돌아오면 무슨 일 벌어질 것 같이 말하는데 지금 상황과 크게 차이가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당시 해당 인터뷰를 기사로 접한 김도영은 마음이 되려 편해졌다고 한다. 그는 “(최)형우 선배님 인터뷰로 마음이 편해졌다. 처음에는 의아했어도, 저에게 부담 주기 싫어하는 선배님의 마음을 알 것 같다”라고 말했다.
KIA의 현재이자 미래 김도영이 쑥쑥 크고 있다. 구단도, 최선참도, 그리고 팀내 구성원 뿐만 아니라 팬들까지 그의 성장을 돕고, 고대하고, 지켜본다. 이제 프로 2년차 김도영이 부담을 조금씩 내려놓고 스스로에게만 집중하고 있다. 김도영의 시간은 이제 시작이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