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국내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가장 관심이 쏠리는 ‘오징어게임2’다. 오는 12월 26일 공개를 앞두고 있다. 기대가 매우 큰 상황, 다시 한 번 축제를 터뜨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하지만 황동혁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스스로 재를 뿌리고 있다. 캐스팅에 대한 안일한 태도 때문이다.

지난 5월 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 때 충분히 겪었다.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배우 배성우를 캐스팅하고 공식 석상에 올렸다가 뭇매를 맞았다. “개인적으로 친한 형”이라는 한재림 감독의 다소 조심스럽지 못했던 언행이 불을 더 지폈다. 작품의 완성도와 무관하게 불편한 감정이 컸다. 캐스팅과 별개로 대외적으로는 조심스러운 언행이 필요하다는 경각심이 커졌다.

더군다나 넷플릭스다. 아픈 맛을 봤다. ‘오징어 게임2’를 연출한 황동혁 감독에게 충분히 언질을 줄 수 있었다. 하지만 금세 잊었나 보다. 황 감독은 되레 뻔뻔했다. 지난 8월 ‘오징어게임2’ 기자간담회 당일 발언은 대중의 공감대에서 벗어났다.

황 감독은 “집행유예 기간도 끝났고 대마초 흡연으로 물의를 빚은 많은 연예인도 복귀해서 저도 캐스팅했는데”라고 한 뒤 “생각보다 많은 분이 우려해서 ‘제 생각이 짧았구나’ 싶기도 했다”고 말했다. 앞의 말은 붙일 필요가 없었다. “생각이 조금 짧았다”는 태도, 큰 잘못은 아니라는 식의 답변이다. 범죄에 대한 관대한 태도가 드러났다.

수많은 작품에서 마약 카르텔을 빌런으로 만들어놓고 이들을 소탕하는 영웅 서사가 빈번하게 나온다. 지겨울 정도다. 마약 대중화로 인한 두려움과 공포가 역사상 최고조에 있어 반영된 결과기도 하다.

‘오징어게임2’는 자본주의에서 낙오된 자들이 목숨을 걸고 벌인 서바이벌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지 않으면 ‘오징어게임’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획의도로 속편을 제작했다. 그런 가운데 마약 전과가가 있는 탑을 ‘오징어 게임2’에 투입했다.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켰고, 넷플릭스 구독자가 가장 많이 본 작품이다. 배우라면 단역이라도 꼭 출연하고 싶은 작품의 속편이다. 출연 자체가 배우에겐 매우 큰 기회이자 꿈이다. 탑이 전과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혜로 봐도 무방하다. 정의와 올바름을 이야기하는 문화계에서 탑 캐스팅이 꼭 필요했을까. 매우 이율배반적이다.

‘오징어게임2’ 뿐이 아니다. 영화 ‘소방관’도 비슷한 처지에 있다. ‘소방관’에는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곽도원이 나온다. 곽도원 때문에 무려 4년이나 창고에 갇혔던 ‘소방관’은 부끄러움을 아는 눈치다. 곽도원을 공식 석상에서 배제했고, 곽경택 감독은 “(곽도원이) 밉고 원망스럽다”고도 했다.

부끄러움을 아는 것 뿐이지 용기가 있진 않았다. 결국 관객들에게 돈을 내고 죄지은 배우를 봐달라고 요청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수 백억 상당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를 버리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그 불편함을 관객이 공유할 이유도 없다.

일각에서는 연예인에게만 너무 가혹한 잣대가 세워진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틀린 말도 아니다. 실제로 제22대 국회의원 예비후보 중 40%가 전과 이력이 있었다. 누군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해서 권력을 잡고 떵떵거리고 산다. 그러나 옆집이 도둑질한다고 나도 도둑질할 필욘 없다.

K-콘텐츠는 세계의 중심이 됐다. 작품 하나에 담긴 가치가 훨씬 커졌다. 한 작품 출연만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사례도 자주 보인다. 주조연을 가리지 않는다. 왕관이 무거워졌다는 얘기다. 왕관이 무거워진 만큼 행동도 달라져야 한다. 더 겸손해지지 않는다면, 날아오는 돌이라도 감내해야 한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