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강예진기자] “경기장 안에서 뛰는 것 자체만으로 좋았다.”

미드필더 신형민(37)이 다시 축구화 끈을 꽉 조여 맸다. 2008년 포항 스틸러스에서 프로 무대에 발을 디딘 그는 알자지라 클럽(UAE)과 전북 현대, 울산 현대 등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다. K리그에서 14시즌을 뛰며 347경기에 출전했고, 통산 리그 우승만 6번이다.

그랬던 그가 지난시즌 이후 ‘무적 신세’가 됐다. 울산에서 부주장으로 2022시즌을 마무리하며 FA(자유계약) 자격을 얻었지만, 팀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반년을 넘게 휴식과 개인 운동을 오갔다. 은퇴는 생각에 없었다. 선수 생활을 연장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그러던 도중 박남열 천안시티FC 감독과 연락이 닿았다. 신형민은 20일 본지와 통화에서 “여름 이적시장을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연락을 받았다. 선수 생활에 대한 의지도 컸다. 감독께서 같이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셨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전했다.

천안은 올시즌을 앞두고 K리그2에 도전장을 내민 ‘막내’다. 하지만 프로 무대는 순탄치 못하다. 20경기를 치르는 동안 5무15패, 승점 5로 최하위인 13위에 매겨졌다. 아직 리그 첫 승이 없다. 팀 내에는 프로 경험이 없는 어린 선수들이 즐비하기에, 신형민의 합류는 단연 플러스로 작용한다.

박 감독이 원하는 바도 뚜렷하다. 베테랑으로서 팀 중심을 잡고, 모범이 되는 것. 신형민은 “선수들을 이끌어주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팀 성적은 좋지 않지만 선수 개개인의 능력에는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경험이 부족해서 그렇다”라고 팀을 바라봤다.

그는 팀 내 어린 선수들에게 진심 어린 메시지를 건넸다. 신형민은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다. 그간 내가 쌓아온 경험과 어린 선수들의 패기가 함께 경기장 안에서 표출됐으면 한다. 기량은 경기를 치를수록 늘어가는 부분이다. 너무 욕심내기보다는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가진 능력을 마음껏 보여준다고 생각했으면 한다”고 했다.

연봉을 크게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돈보다는 선수, 그라운드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신형민은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지만, 선수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여태까지 많은 걸 이뤄왔기에 금액은 개의치 않았다”고 털어놨다.

지난 18일 FC안양전에서 천안 데뷔전을 치렀다. 선발로 나서 풀타임으로 그라운를 누볐다. 신형민이 경기에 나선 건 지난해 7월9일 대구FC전 이후 약 1년 만이다. 그는 “선수 생활을 계속 하고 싶었다. 경기장 안에서 뛰는 것 자체만으로 좋았다. 팀이 이겼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다. 그래도 최근에 선수들이 열심히 적극적으로 한다. 3경기 연속 무패인데 조만간 1승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슬하에 두 자녀를 둔 신형민은 다시 축구화 끈을 조여 맸다. 그는 “아이들은 내가 선수 생활을 조금 더 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더 좋다. 다시 시작하니까 마지막까지 마무리 잘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kk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