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척=윤세호기자] 마음속에 담아놓았던 ‘유격수’ 세 글자를 다시 꺼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자신도 팀에 도움이 되지 않았음을 인정했고 다음 기회를 바라보겠다고 전했다. 키움 김혜성(24)이 유격수도, 2루수도 아닌 지명타자로 팀 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김혜성은 9일 고척 롯데전에서 2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1회 첫 타석부터 안타로 가볍게 출발했고 3회 중전 적시타, 4회 중전 안타, 5회 희생 플라이로 펄펄 날았다.

전날 자신이 친 파울 타구에 맞아 경기 중 교체된 김혜성이다. 이날 코칭스태프에서 휴식을 권유했지만 지명타자 출전을 요청했고 거의 매 타석 최고의 결과를 냈다. 키움은 10-8로 롯데를 꺾고 9연패에서 탈출했다.

경기 후 김혜성은 “일단 긴 연패를 끊은 게 가장 좋다. 지명 타자로 출전했지만 다른 선수들이 수비도 잘 해줬다. 수비 때 마음 편하게 경기를 지켜봤다”며 “사실 수비도 하고 싶었는데 지금 상태로는 전혀 팀에 도움이 안 될 것 같았다. 다리가 부러지지 않는 이상 뛰는 게 맞지만 100% 컨디션이 아니면 수비에서는 도움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 지명타자로 출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혜성 지난달 29일 고척 삼성전부터 3일 잠실 LG전까지 5연속경기 유격수로 출전한 것에 대해 밝혔다. 모두가 인정하는 리그 최고 2루수가 갑자기 2년 전 포지션인 유격수로 출전한 것을 두고 “유격수에 가서 열심히 잘해보자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실책이 두 개 나왔고 팀에 도움이 안 됐다. 도움이 안 돼 잘렸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감독님께 유격수를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실책을 했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 (2루로) 돌아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사실 유격수 수비는 늘 준비는 하고 있다. 그래도 준비만 하는 게 아니라 결과로 보여드려야 하는데 그게 안 돼 아쉽다”고 밝혔다.

키움 홍원기 감독 또한 김혜성이 유격수로 출전하는 상황에 대해 “선수 본인이 강력하게 유격수로 뛰고 싶다고 요청했다. 물론 증명해야 한다.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유격수 자리에 있을 것이다. 일단 본인이 강력히 요청했으니까 스타팅 유격수로 계속 내보내겠다”라면서도 “본인이 유격수로서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한다. 만일 유격수를 하면서 공격이든 수비든 안 좋은 여파가 보이면 본인도 수긍해야 할것이다. 좋은 퍼포먼스가 나와야 유격수로 계속 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혜성은 연패 기간 분위기에 대해서는 “쉽지는 않았다. 구단 최다 연패까지 갔고 그 부분도 신경이 많이 쓰였다. (이)주형이가 새로 왔는데 연패라서 분위기가 무거웠고 따로 얘기하기도 쉽지 않았다. 후배인 주형이 입장에서 특히 더 그랬을 것”이라며 “이제 차차 대화를 나누게 되지 않을까 싶다. 오늘 연패 끊었으니까 이제 다시 올라가겠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선수들과 대화도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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