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경 연세대 교수 “양육친화적 주거환경 구축 노력이 필요한 시점” 지적

[스포츠서울 | 원성윤기자]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인종·성별·계급 분야 전문가인 미국의 조앤 윌리엄스 캘리포니아주립대 명예교수는 EBS ‘다큐멘터리 K-인구대기획초저출생’에서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 그 정도로 낮은 수치의 출산율은 들어본 적도 없다”며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을 듣고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윌리엄스 교수는 제작진으로부터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8명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연신 “와우”라 외치며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머리를 부여잡았다.

하지만 이보다 더한 수치가 나왔다. 합계출산율이 0.7명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통계청이 지난 30일 발표한 ‘6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 2분기 합계출산율은 전년 동기(0.75명)보다 0.05명 감소한 0.7명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2분기 기준 사상 최저이자 모든 분기를 통틀어 역대 최저인 작년 4분기와 같은 수준이다.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연도별 합계출산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0년부터 봤을 때도 분기 기준 역대 최저 수준일 것”이라고 했다. 53년 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지난해에는 1분기 0.87명, 2분기 0.75명, 3분기 0.80명, 4분기 0.7명이었다. 올해 1분기 0.81명, 2분기 0.7명인 상황에서 3~4분기 합계출산율이 더 떨어질 경우 0.7명 선도 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의 출산율 하락 속도는 매우 빠르다. 1970년 4.53명이던 출산율은 1984년 1.74명까지 떨어졌고, 2018년 1명 선 밑으로 내려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출산율(2021년 기준)이 1명보다 낮은 나라는 한국뿐이다.

이 같은 저출산 문제는 ‘출산 기피’ 현상에서 기인한다. 윌리엄스 캘리포니아주립대 명예교수는 EBS 방송에서 “이상적인 근로자를 직장에서 일하는 것 외에는 돌봄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없는 사람으로 규정하면 이상적인 엄마는 항상 아이의 곁에 있는 사람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가정에 적대적인 정책을 가진 회사나 사회에 속해있다면 여성들은 아이를 갖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내년 3월부터 신생아 출산 가구를 대상으로 한 민간·공공분양주택 특별공급(특공)을 신설해 연 3만호가량을 공급하기로 했으나, 주거지원 대책을 실효성 있게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지선 연세대 실내건축학 박사는 ‘저출산 대응을 위한 해외 양육친화 주택의 육아지원 방안 분석’ 논문에서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육아정책과 공간정책의 결합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청년·신혼부부에 집중한 주거정책을 통해 문제를 해소해보려 하였으나 물리적인 주택공급을 통한 주거안정과 주거비부담 완화로 출산율 회복에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육아가구의 삶의 질 개선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양육친화적 주거환경 구축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박 박사는 싱가포르의 경우 1985년 1.62명으로 떨어졌던 합계출산율이 1990년 1.79명으로 반등한 사례를 거론하며 “부모와 가까운 곳에 주택을 구매할 경우 ‘근접주거 보조금’을 지급했다. 세대공존형 주거단지내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 방안과 같은 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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