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41주년을 맞은 한국 프로야구는 여전히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그러나 여자야구는 프로야구가 성장한 41년 동안, 제자리걸음이다. 이에 스포츠서울은 한국 여자야구의 현주소를 알아보고 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김라경 어딨나요? 박민서는요?”
막시모 피차르도 씨는 여성 최초로 미국 대학 최상위리그인 D1에서 뛰는 야구 선수 올리비아 피차르도(19·브라운대)의 아버지다.
막시모 씨는 지난 8월 초 캐나다 선더베이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주최 ‘2024 여자야구 월드컵’ A조 예선에 참가한 미국 대표팀 소속 딸을 응원하기 위해 선더베이를 찾았다.
이곳에서 한국여자야구연맹(WBAK) 황정희 회장을 만난 그는 황 회장이 대한민국 여자야구 대표팀을 이끌고 선더베이로 온 단장이란 걸 알게 되자 반가워하며 대뜸 “김라경과 박민서는 어딨냐”고 물었다.
‘여자야구 간판’ 김라경(23·서울대)은 일본 실업팀에 입단했다가 팔꿈치 인대 부상으로 토미존 수술 후 재활 중이고, ‘유망주’ 박민서(19)는 실업팀·프로팀이 없는 여자야구 현실에 낙담해 골프 선수로 전향했다. 두 사람 모두 향후 대한민국 여자야구를 책임질 인재였다. 두 사람 모두 이런 사정으로 이번 여자야구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했다.
막시모 씨가 이 두 사람을 아는 이유는 지난 2019년 경기도 이천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제4회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에 딸 올리비아가 미국 유망주팀으로 참가하며 그도 함께 대한민국에 왔기 때문이다. 당시 박민서와 동갑인 올리비아는 LG 국제여자야구대회에서 우정을 쌓았다.
막시모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LG 국제여자야구대회는 환상적이었다. 주최 측인 LG전자가 선수단에 좋은 호텔을 제공했고, 프로 선수들에 제공되는 식사는 물론 프로 선수들이 뛰는 구장에서 경기를 할 수 있게 해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올리비아 역시 최근 스포츠서울과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LG컵은 내 야구 인생 중 가장 좋았던 경험이다. 이때 만난 김라경(서울대)과 박민서가 올해 대한민국 대표팀 소속으로 ‘여자야구 월드컵’에 출전했다면 참 좋았을 것이다. 특히 박민서가 여자야구 현실 때문에 골프 선수로 전향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잠재력 넘치는 어린 유망주들을 키우기 위해 여자야구에 대한 투자가 지속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막시모 씨는 “내 딸(올리비아)이 여성 최초로 D1리그에서 뛰는 것처럼 나는 박민서가 여성 최초로 KBO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될 줄 알았다”며 한국 여자야구 현실 때문에 골프 선수로 전향한 특급 유망주의 선택을 아쉬워했다. 박민서가 골프로 전향할 때 올리비아는 계속해서 야구의 꿈을 이어가 여성 최초로 D1리그에서 뛰는 스타가 됐다. LG컵이 낳은 스타인 셈이다.
LG전자는 국내 여자야구 저변 확대를 위해 한국여자야구연맹(WBAK) 등과 손잡고 지난 2012년부터 ‘LG배 한국여자야구대회’를 매년 개최했다. 2014년에는 국내 유일의 국제여자야구대회인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도 신설했다.
그러나 코로나19펜데믹(전세계대유행)을 기점으로 대회가 중단됐다. 당시 LG트윈스 구단주였던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지난해부터 ‘2022 LX배 한국여자야구대회’를 탄생시키며 국내대회는 명맥을 유지하기 시작했지만, 국제대회는 요원하다. 2019년 제 4회 대회를 끝으로 4년 째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제대회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대한민국 여자야구 국가대표 선수들은 입을 모아 “4년에 한 번 있는 아시안컵, 야구월드컵만으론 국제경쟁력을 키우기 어렵다. 국내 유수의 대기업에서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처럼 국제대회를 지속적으로 열어줬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