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NC 에이스 에릭 페디(30)가 한국야구 최고 레전드만 해낸 기록에 도전하는 심정을 털어놓았다. 기록을 너무 의식하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좋은 결과를 내고 또 MVP도 수상하고 싶다고 밝혔다.
페디는 19일 잠실 두산전에서 106개의 공을 던지며 6이닝 1안타 1볼넷 12탈삼진 무실점으로 괴력을 발휘했다. 올시즌 최다 탈삼진 경기를 이뤘고 시즌 19승째를 올렸다. 평균자책점은 2.21에서 2.13으로 내려갔으며 시즌 181탈삼진을 기록했다. NC는 페디를 앞세워 2-1로 두산을 꺾었다.
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세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페디다. 앞으로 1승과 19탈삼진을 더하면 20승·200탈삼진도 달성한다. 그리고 세 부문을 모두 석권한 채 시즌을 마치면 1986년 해태 선동열만 이룬 20승·200탈삼진 이상 트리플 크라운에 도달하게 된다.
작년까지 총 6번의 트리플 크라운이 나왔다. 선동열은 1986년 이후 세 차례 트리플 크라운(1989, 1990, 1991년)을 더했다. 그리고 한화 류현진(2006년)과 KIA 윤석민(2011년)이 한 번씩 트리플 크라운을 이룬 바 있다.
외국인선수 최초 트리플 크라운. 역대 두 번째 20승·200탈삼진 트리플 크라운. 더불어 MVP까지 정조준하고 있는 페디다.
다음은 두산전 이후 페디와 취재진의 일문일답.
-모든 경기가 중요하지만 오늘 경기 또한 중요했다. 1회부터 전력 피칭을 하는 모습인 것 같았다.
두산은 순위표에서 바로 뒤에 있는 팀이다. 두산을 이겨야 한다는 생각 하나만 갖고 경기에 임했다. 그러면서 전력 피칭을 했고 이겨서 매우 만족스럽다.
-유일한 위기가 3회말 2사 만루 상황이 아니었나 싶다. 양석환을 잡을 때 꽉찬 패스트볼이 들어갔는데 의도해서 던진 공이었나?
사실 원했던 로케이션은 아니었다. 하지만 김형준 선수가 프레이밍을 정말 잘해줬다. 덕분에 스트라이크가 들어갔고 올해 내가 던진 공 중 가장 좋은 공이 된 것 같다.
-20승까지 1승. 200탈삼진까지 19탈삼진이 남았다. 20승 200탈삼진 이상 트리플 크라운을 하면 KBO리그 역사상 1명 밖에 없는 트리플 크라운을 할 수 있다. 이를 알고 있나?
솔직히 알고 있다. 그리고 생각을 안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래도 최대한 생각 안 하려고 한다. 나보다는 팀을 생각하고 팀이 이기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우리 팀에 내가 필요하다는 것도 잘 알기 때문에 너무 기록만 생각하지 않고 싶다. 그리고 트리플 크라운이라는 게 한 경기만 안 좋아도 날아갈 수 있다. 그래서 더 생각 안 하려고 한다.
-강인권 감독이 경우에 따라서는 4일 휴식 후 등판 가능성도 열어놓는다고 했다.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감독님께서 필요로 하신다면 언제나 피칭할 수 있다는 마음이다. 포스트시즌을 생각하면 휴식기를 갖는 게 좋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감독님이 원하시면 언제든 팀을 위해 던질 수 있다.
-9회말 마지막 세이브 상황을 어떻게 지켜봤나?
신기하게도 평온한 마음으로 경기를 봤다. 지금까지 내가 19승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동료들의 좋은 수비와 타격, 그리고 불펜 투수들 덕분이다. 그만큼 믿음을 갖고 경기를 지켜봤다.
-MVP 얘기도 나온다. 욕심이 날 것 같다.
사실 시즌 들어가기 전에는 NC가 포스트시즌에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올시즌 우리 동료들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믿었다. 실제로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 내가 MVP가 된다면 이를 증명하는 거니까 꼭 MVP를 따고 싶다. MVP를 따서 그 영광을 팀 동료들과 나누고 싶다.
-오늘 승리로 4위와 격차를 벌리고 2위를 계속 추격하고 있다. 지금 순위표에서 바라보는 곳은 어디인가?
당연히 위다. 물론 자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앞만 보고 달리고 있다. KT, LG를 순위표에서 끌어내리고 1위로 포스트시즌을 맞이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보다 좋은 것은 없을 것 같다.
-KBO리그 공인구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흔히 메이저리그 공인구보다 투수들에게 좋은 공이라고들 한다. 올해 활약이 KBO리그 공과도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야구공은 같은 야구공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메이저리그 공이 좋지 않기는 하다. 하지만 KBO리그 공인구가 좋다고 여기에 의지하게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공인구에 대한 생각보다는 매 경기 공 하나하나 100%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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