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장강훈기자] “장재영이 큰 부상이 아니길 바란다. 그라운드에서 건강히 만났으면 좋겠다.”

KBO리그에서 네 번째로 70승 고지를 밟고 3위를 0.5경기 차로 바짝 따라붙은 두산은 이승엽 감독을 포함한 선수단 전체가 승리의 기쁨보다 상대 걱정을 먼저했다.

두산은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과 홈경기를 7-2로 이겼다. 1회 4득점으로 빅이닝을 만들었는데, 이 과정에 상대 선발인 장재영이 두산 양석환의 타구에 머리를 맞고 강판하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1회말 1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양석환은 장재영이 던진 시속 149㎞짜리 빠른 공에 반응했다. 정타로 맞은 타구는 시속 153.8㎞로 출발했는데, 하필이면 피니시 동작을 하던 장재영에게 되돌아갔다.

피할겨를도 없이 머리 우측에 타구를 맞은 장재영은 그대로 그라운드에 쓰러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인플레이 상황이어서 2루까지 간 양석환은 심판진의 타임콜을 들은 뒤 곧바로 마운드로 달려갔다. 정수빈 조수행 등 득점한 주자와 벤치에 있던 코치 등도 장재영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마운드로 달려갔다.

고통을 호소하던 장재영은 한동안 누워 호흡을 가다듬은 뒤 스스로 일어나 더그아웃으로 돌아갔고, 즉시 강남 세브란스병원으로 이동해 정밀 검진했다. 어수선한 상황 속 왼손 투수 윤석원이 급히 마운드에 올랐지만 김재환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 강승호에게 좌전 적시타를 허용해 장재영이 내보낸 주자를 모두 들여보냈다.

1회 빅이닝을 완성한 두산은 3회말 박준영의 좌익선상 2타점 2루타, 6회말 양의지의 유격수 땅볼 등으로 점수를 추가해 7-2 승리를 따냈다.

시즌 70승(2무61패) 고지를 밟고 3위를 0.5경기 차로 추격한 두산 이승엽 감독은 “장재영이 큰 부상이 아니기를 바란다. 너무 걱정된다. 빨리 그라운드에서 건강히 만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먼저했다. 2루타 두 개를 포함해 3안타 2타점으로 승리를 이끈 양석환도 “경기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중간중간 매니저를 통해 (장재영의 상태를) 체크했는데, 천만다행으로 크게 부상하지 않았다고 들어 조금 안도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그래도 민감한 부위여서 걱정이 된다. 장재영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큰 이상없이 올시즌 마무리를 잘했으면 좋겠다. 쾌유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응원하겠다”고 사과했다.

이날 선발등판한 브랜든 와델(29)은 6회까지 3안타 무실점으로 시즌 10승(3패)째를 따냈다. 대체 외국인 투수로 두산에 재취업한지 16경기 만에 두 자리 승리를 수확해 ‘효자’로 거듭났다. 대체 외국인 투수가 10승을 따낸 건 두산 역사상 처음이다. 리그 전체로도 7번째에 불과한 진기록을 수립했다.

브랜든이 10승 투수로 올라서면서 두산은 2020년 이후 3년 만에 세 명의 10승대 투수를 보유하게 됐다. 당시 라울 알칸타라가 20승을 따냈고, 유희관과 최원준이 10승씩 달성했다. 선발승으로만 기준을 잡으면 2019년 조쉬 린드블럼(20승) 이영하(선발 15승, 시즌 17승) 유희관(11승)이 달성한 이래 4년 만이다.

KBO리그 데뷔 2년 만에 10승 투수가 된 브랜든은 “공격적으로 던지자고 생각한 게 효율적인 투구로 이어졌다. 내 10승보다는 팀 승리가 더 주목받아야 한다”며 ‘팀 퍼스트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가을야구는 당연히 흥분되고 기다려진다. 최대한 길게 야구하고 싶다”고 강한의지를 드러냈다.

7회초 구원등판해 4안타 2실점으로 승리를 지킨 박정수는 데뷔 첫 세이브를 경험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