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오늘(6일) 홍콩전 끝으로 기나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모두 끝이 난다.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이번 대회가 됐을 것이다. 평생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대회를 이번에 다 경험했을 것이다.
이렇게 큰 대회를 경험함으로써 이들이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데 얼마나 큰 도전이 되고 큰 힘이 되는지 나는 잘 알고 있다.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을 보니 옛날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이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최연소 국가대표가 되어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일본 가고시마로 전지훈련을 갔다. 이때 국가대표 막내 선수로 처음 경험하는 대표 선수, 난생처음 가보는 외국은 내 삶에서 지금도 잊히지 않고 있다.
그때 처음 만났던 장훈 선배님과 백인천 선배님은 지금도 나의 삶에서 영원히 을 수 없는 추억이다. 꿈을 갖게 했던 분들이다. 장훈 선배님이 직접 방으로 나를 불러서 배트와 글러브 그리고 야구 장갑 등 많은 선물을 주었던 기억은 환갑이 넘고 칠순으로 달려가는 이 나이에도 잊히지 않는다.
거기다가 장훈 선배님과 단둘이 많은 이야기 나누었던 기억은 50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도 생생하다. 선배님의 조언으로 인해 나의 삶에서 절대 포기하지 않는 ‘Never ever give up’ 정신으로 여기까지 달려올 수 있었다.
지금도 내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것이 있다. 장훈 선배님이 직접 자신의 손을 보여 주시면서 “이런 손으로도 일본 최고의 선수가 되었던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오직 한가지 목표를 갖고 어떤 어려움이나 역경이 있더라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장훈 선배님이 “만수의 꿈은 무엇인가?” 라고 물었다. 나는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것이 내 꿈입니다”고 이야기했다.
장훈 선배님은 비웃지 않고 나를 격려해 줬다. 당시 장훈 선배님은 “지금 가진 꿈을 절대 잊지 말고 끝까지 도전해야 한다”고 했다. 왜 장훈 선배님은 황당한 내 말에 비웃지 않고 진심으로 격려했을까?
그리고 새벽마다 스윙하고 있는 나를 백인천 감독님이 아시고 백인천 감독님이 가장 아끼고 사용했던 2㎏ 짜리 스윙 배트를 선물하셨던 기억, 야구 선수로서 갖추어야 할 자세와 스윙에 대한 조언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세월이 50년 가까이 흘렀음에도 지금도 그 시절은 내 기억과 추억에 남아 있고, 또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선배님들의 조언 한마디가 내 야구관을 바꾸었다.
열악하고 환경이 좋지 않은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서 첫 승리를 따냈다. 영원히 잊히지 않고, 이들의 삶에서 두고 두고 회자될 것이다. 꿈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이번 대회에서 세계 최고의 야구 강국인 일본과 붙었고, 14억 인구를 가진 중국을 상대했다. 여기에 영원히 넘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태국이 절대 ‘넘사벽’이 아님을 이번에 모두가 확인했다.
어제 경기를 모두 마치고 숙소에 들어와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물어봤다. ‘너희들이 영원히 넘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태국과 경기하니 어떠냐. 그렇게 생각이 드느냐?’고 했다. 하나 같이 “아니다”고 답했다. 이 세상에 영원히 넘을 수 없는 일은 없다.
도전하고 또 도전하면 언젠가는 넘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넘사벽’도 결국 넘게 되는 것이 세상이다.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이 그렇게 했다.
너희들은 이제 자부심을 갖고 야구해도 된다. 어깨를 펴고 좀더 더 넓은 세상과 비전을 갖고 훈련하고 연습해야 한다. 불가능하다고 행각했던 일들을 너희들이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당당하게 이뤘다.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 정말 장하다. 너희들이 앞으로 라오스 미래를 이끌어 가는 일꾼이 되어야 한다. 야구를 통해 수많은 것을 배운 것을 절대 잊지 말고, 자라나는 후배들이나 사회에 너희들이 지금까지 이룬 것들을 널리 전하길 부탁한다.
그리고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영광의 상처를 갖고 끝까지 경기에 최선을 다한 유아 투수와 피파 선수 그리고 전 경기에서 아무 불평하나 없이 묵묵하게 포수의 자리를 책임진 죠 선수도 칭찬해 주고 싶다.
또한 끝까지 최선을 다해 온 힘을 불살랐던 모든 선수들 몽리, 흐, 맹, 윤수, 야곱, 배드로, 나, 요한, 죠이, 쥬니어, 애, 멈, 유지, 니, 비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너희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사랑한다.
이만수 전 SK 감독 · 헐크 파운데이션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