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빅리그 최고 수준의 결정력을 탑재한 ‘코리언 가이즈’가 2026 북중미 월드컵을 향하는 한국 축구 첫 여정에 나선다. 축구국가대표팀 ‘클린스만호’의 핵심 공격수인 주장 손흥민(32·토트넘)과 황희찬(28·울버햄턴),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PSG), ‘손·황·이 트리오’는 16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킥오프하는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1차전 싱가포르와 홈경기 출격을 기다린다.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서 12년 만에 원정 16강 진출 대업을 이룬 한국 축구는 3개국(캐나다·미국·멕시코)에서 펼쳐지는 북중미 대회에서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손·황·이 트리오’에 2선 살림꾼 이재성(마인츠), 대형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역대 가장 화려한 공수 요원을 보유한 만큼 기대치가 크다.

그에 앞서 ‘클린스만호’의 1차 미션은 내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본선 우승이다. 초대 대회인 1956년과 서울에서 열린 1960년 2회 대회 우승 이후 반세기 넘게 아시안컵 우승컵을 품지 못한 한국은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아시아 라이벌을 제치고 64년 만에 우승을 바라고 있다. 올 초 부임 이후 잦은 근태 논란에 휘말린 클린스만 감독 체제의 연속성이 걸린 대회이기도 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달 17일 수원에서 열린 베트남과 평가전(6-0 승)을 비롯해 비교적 약체로 꼽히는 이번 싱가포르, 중국(21일·원정)과 월드컵 2차 예선 2연전에도 정예 멤버를 불러들였다. 2차 예선 호성적은 물론, 아시안컵 본선까지 최적의 조직력과 팀 문화를 구축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전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사전 기자회견에서 ‘방심’을 경계했다. 그는 대회를 앞두고 전북 현대와 싱가포르 최고 명문 라이언시티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를 현장에서 관전한 적이 있다. 당시 K리그1 대표 명문 전북이 라이언시티에 0-2로 충격패했다. 싱가포르 주력 요원 대다수는 라이언 시티 소속이다. 여기에 ‘한국계 귀화선수’ 송의영(수라바야)이 중심을 이룬다.

클린스만 감독은 “싱가포르 팀이 K리그 강호를 이기는 모습을 봤다. 대표팀에 주는 경고라는 느낌”이라며 온 힘을 기울일 것을 다짐했다. 동석한 손흥민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여름 토트넘의 프리시즌 기간 라이언 시티 원정 경기에 출전한 적이 있다. 당시 1-1 무승부로 끝났다. 그는 “어느 팀이든 수비를 다 같이 하면 뚫는 게 쉽지 않다. 일찍 기회를 만들고 득점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싱가포르는 한국을 상대로 그물망 수비가 유력하다. 클린스만 감독이 지난달 베트남과 평가전을 한 이유이고, 오는 아시안컵에서도 유사한 스타일의 팀과 겨뤄야 한다.

클린스만 감독은 베트남을 상대할 때 ‘손·황·이 트리오’를 중심으로 좁은 공간에서 빠른 패스 워크, 선수 개인 전술 극대화에 초점을 뒀다. 싱가포르전도 비슷한 형태의 공격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고무적인 건 공격수의 골 결정력이 빅리그에서도 최정상급이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 순위에서 각각 3위(8골), 6위(6골)에 매겨져 있다. 올 시즌 토트넘에서도 주장 완장을 달고 최전방 원톱을 책임지는 손흥민은 경기당 0.67골(12경기 8골)을 기록, 득점왕을 차지한 2021~2022시즌(0.66골·35경기 23골)에 준하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황희찬은 올 시즌 12경기에서 단 6개의 유효 슛을 시도했는데, 100% 득점으로 연결하는 ‘퍼펙트 결정력’을 뽐내고 있다.

지난달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며 병역 특례 혜택을 받은 이강인의 오름세도 눈부시다. 지난달 튀니지, 베트남과 2연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포함해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린 그는 PSG에 복귀해서도 ‘스코어러’로 거듭났다. AC밀란과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기(3-0 승)에서 PSG 데뷔골을 쏘아올린 데 이어 몽펠리아를 상대로 리그1 데뷔골이자 시즌 2호 골을 터뜨렸다. 그 사이 브레스트전에서는 킬리앙 음바페의 골을 도우며 첫 어시스트도 기록했다. 한 달 사이 PSG 공식전 6경기를 모두 뛰며 2골1도움을 해냈다.

이밖에 최전방 공격수 황의조(노리치시티)도 지난달 말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에서 566일 만에 유럽 무대 득점에 성공하는 등 대표팀 공격수의 컨디션이 최고조다.

싱가포르를 상대로 다시 한번 클린스만호가 ‘화력쇼’을 뽐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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