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소공동=윤세호기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오퍼를 하겠다.”

선수는 야구 인생 최고의 날임을 강조했다. 구단은 축하 박수를 보내면서 함께 할 미래를 기대했다. NC 슈퍼 에이스 에릭 페디(30)가 2023시즌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페디는 27일 서울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시상식에서 무려 5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2023시즌 30경기 180.1이닝 20승 6패 평균자책점 2.00 탈삼진 209개를 기록해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트리플 크라운을 이룬 페디다. 21세기 최초 20승·200탈삼진 달성자가 되면서 역대 최고 외국인 투수 반열에 올랐다. 신설된 수비상에서 투수 부문 수상자도 됐다.

MVP 투표 결과 또한 압도적이었다. 페디는 야구기자회 전체 투표 111표 중 102표(91.9%)를 획득했다. 노시환(6표), 홍창기(2표), 최정(1표)을 제치고 올해 최고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시상식 후 페디는 MVP 트로피를 품에 안고, 나머지 4개 트로피를 바라보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가장 먼저 가족이 떠올랐다. 처음 KBO리그에서 뛰게 됐을 때 이런 결과와 마주할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런 결말을 마주하게 돼 정말 영광스럽다”며 “동료들, 감독님, 코치님, 트레이닝 스태프, 데이터 팀, 프런트, NC 모두에 감사드린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그는 외국인 선수 중에는 이례적으로 시즌 후 다시 한국을 방문해 시상식에 참석한 것을 두고 “MVP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고 이 자리에 참석하게 됐다. 솔직히 기대를 많이 했다. 기대가 현실이 돼 매우 행복하다”고 재차 밝게 웃었다.

2024시즌에 대한 질문에는 NC에 희망을 건넸다. 페디는 “NC와는 계속 대화를 할 것이다. NC와 먼저 대화를 할 것이며 다른 팀과는 NC와 대화를 마친 후에 한다. 가족을 최우선에 두고 선택하겠다”면서 “NC는 정말 우월하고 멋진 팀이다. 어떤 선택을 할지 아직 알 수 없으나 NC는 항상 내 마음속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 그래도 일단 최선을 다한다는 게 NC의 입장이다. 페디에게 축하 꽃다발을 전한 NC 임선남 단장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오퍼를 하겠다. 옵션이 들어가겠지만 다년계약도 생각하고 있다”고 슈퍼 에이스와 보다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가기를 바랐다.

만일 NC와 페디가 다년계약에 합의할 경우 KBO리그 최초의 외국인 선수 공식 다년계약이 성사된다. 과거 외국인 선수가 다년계약을 맺은 사례는 있으나 공식 발표는 없었다. 예전에는 구단 발표액과 실수령액이 다른 경우도 많았다.

KBO는 2019년부터 외국인 선수 계약을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10구단과 합의했다. 더불어 입단 첫 해 금액을 최대 100만 달러로 제한했다. 페디 또한 2023시즌 100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연봉 80만 달러) 보장 계약을 체결하면서 한국 땅을 밟았다.

2년차부터는 100만 달러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다만 외국인 선수 3인 총액 400만 달러 제한은 적용된다. 페디가 2년차 선수라 3인 총액은 10만 달러 늘어나기는 한다. 그렇다고 해도 NC가 페디에게 제시할 수 있는 연봉은 200만 달러 내외가 한계다. 결국 유일한 돌파구가 다년계약이다. 매년 새로 계약을 맺는 외국인 선수 입장에서 2년 이상 다년계약은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물론 메이저리그(MLB) 복귀, 혹은 일본프로야구 진출을 고려하면 마냥 낙관할 수는 없다. 작년까지 NC 에이스로 활약한 드류 루친스키는 지난해 12월 오클랜드와 300만 달러 보장 계약을 맺었다. 일본프로야구 빅마켓 팀의 경우 외국인 선수에게 500만 달러 가량을 투자한다. NC가 다년 계약 카드를 펼쳐도 총액에서 MLB와 일본을 넘어서기는 어렵다.

페디 또한 이를 알고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에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2023년은 내 야구 인생에서 정말로 믿기지 않은 해가 됐다. 내 야구 인생에서 올해만큼 대단한 해는 다시는 없을 것 같다”며 “이 많은 트로피를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놓을 것이다. 방에 잘 전시해서 늘 2023년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겠다”고 평생 2023시즌을 간직할 것을 다짐했다.

덧붙여 시즌 중 따로 식사 자리를 갖고 자신의 노하우를 전달한 한화 문동주가 신인왕을 받은 것에 대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페디는 “아까 동주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으면서 동주에게 ‘나중에 네가 이 MVP 트로피를 들어 올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동주도 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며 한국 야구 현재이자 미래에게 동기부여가 될 한 마디도 건넸음을 밝혔다.

한편 이날 페디를 축하하기 위해 그와 함께 시상식을 찾은 페디의 아버지 스캇 페디도 한국에 감사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나도 야구를 좋아했고 야구 선수를 했다. 하지만 야구 선수로서 커리어는 고등학교까지였다. 프로 선수로 활약하는 아들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영상을 통해 한국 야구 팬들의 열정을 봤다. 자리에 앉지 않고 일어서서 선수들을 응원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모든 한국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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