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왜들 다들 현장에 있지 않으면 실패자라고 생각하는지 알 수가 없다. 인생은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때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고 이 땅에서 보람되고 성공한 삶이다. 물론 각자 삶의 방식이 다를 수는 있다. 세상 사람들은 눈에 당장 보이는 것이 성공이고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라오스와 베트남 그리고 캄보디아에서 야구를 전파하며 보낸 10년이 가장 행복했다. 내 삶에서 가치 있고 보람된 순간이다. 인도차이나반도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이만수는 솔직히 무의미한 삶이었는지 모른다.

이것을 경험하지 않고 잘 모르는 사람들은 왜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할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들은 오로지 높은 정점에 올라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아야 성공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은 절대 영원하지 않다. 영원할 수도 없다.

나 역시 젊은 시절 큰 노력을 하며 힘든 삶을 살았다. 하지만 지난 10년은 솔직히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인생이었다. 바람처럼 지나간 10년이다. 그 소중한 순간들이 하나하나 모여 지금 나를 있게 했다.

역전 홈런을 치고 승리의 발판이 되면 모든 팬은 하늘의 별도 따줄 것처럼 하다가도 다음날 좋은 찬스에서 병살타를 치거나 삼진을 당할 때는 어제의 영광은 오간 데 없이 죽일 놈이 되는 것이 프로스포츠다.

젊은 시절에는 그것이 전부인양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며 죽을힘을 다해 달려왔다. 나이가 들고 현장에서 나오니 그 모든 것이 얼마나 허무했는지, 나를 최악의 구렁텅이로 몰고 갔는지 깨닫게 됐다.

세상 사람들이 인정해 줄 때만 기쁘고, 세상 사람들이 나를 인정하지 않을 때는 죽을 것 같은 심정들… 왜 그런 인생을 젊은 시절에 살았는지 그때는 알 수 없었다. 이제는 그런 인생보다는 누가 뭐라 하든 나 자신이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길을 걷고 싶다.

나도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정말 감사하게도 만나는 팬들이 늘 ‘언제 복귀하냐’고 물어보곤 한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나를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한다는 걸 내가 왜 모르겠나.

하지만 막상 현장에 들어가면 곧바로 죽일 놈이 되고 원망하는 대상이 되는 것이 이 바닥이다.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이승엽 감독도 현역 시절에는 모든 사람이 열광하고 좋아하는 선수였지만, 막상 두산 감독으로 가 성적이 좋지 않으니까 끝도 없이 비난하게 되는 게 세상이다.

내 나이도 이제 적지 않다. 체력도 예전과 다르다. 하루하루 나이 들어가는 게 느껴진다. 앞으로 내가 이 세상을 살면 얼마나 산다고 그런 세상 사람들의 환호에 좌지우지되어야 하는가. 이것이 나를 절대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 프로에 들어가면 다른 사람보다 돈을 더 많이 가질 수 있을 뿐이다. 이것 말고는 아무것도 행복한 일이 없다.

우승의 기쁨이 며칠 갈 것이라 생각하나. 우승이 영원히 갈 것이라 생각하나. 길어도 일주일이다. 그다음부터 또다시 내년을 생각하며 스트레스받는 것이 프로의 세계다.

이만수 전 SK 감독 · 헐크 파운데이션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