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15승을 해줄 수 있는 1선발로 기대한다.”

통합 우승을 달성했지만 과정을 돌아보면 절대 쉽지 않았다. 선발진 구성이 특히 그랬다. 사실상 시즌 내내 로테이션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시즌 중반까지는 토종 선발진 한자리에 구멍이 났다. 과감한 트레이드로 선발 투수를 충원했지만 얼마 안 가 외국인 투수가 부상으로 이탈했다. 약 한 달 전 한국시리즈(KS)로 시계를 돌려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투수 한 명이 없어서 KS 전까지 4차전 선발 투수를 두고 사령탑은 불면의 밤을 보냈다.

그래서 외국인 투수 한 명이 매우 중요하다. 선택이 적중한다면, 전력 업그레이드다. 2024시즌 2연패로 향하는 길도 열린다. LG가 새 외국인 투수 디트릭 엔스(32)를 향한 기대를 전했다.

LG는 지난 14일 엔스와 총액 100만 달러(계약금 30만 달러·연봉 60만 달러·인센티브 10만 달러)에 계약을 마쳤다. 계약에는 이미 합의했으나 메디컬 테스트를 마치고 발표하기로 했다. 엔스가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면서 LG와 엔스의 계약이 공식화됐다.

영입 대상 1순위였다. LG는 혹시 모를 가능성을 고려해 엔스를 2023시즌 초부터 지켜봤다. 2022시즌 일본프로야구 세이부에서 맹활약한 엔스지만 2023시즌 후 영입 가능성이 생기면 빠르게 움직이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엔스는 자유의 몸이 됐고 LG는 계획대로 움직여 엔스 영입에 성공했다.

메이저리그가 이례적인 투수난과 마주하면서 시장에 투수가 없는 가운데 LG는 KBO리그에서 KT 다음으로 빠르게 외국인 선수 3명을 확정 지었다. 많은 구단이 1순위로 올려놓은 외국인 투수 영입에 난항을 겪고 있지만 LG는 신속히 영입을 마쳤다.

LG에서 엔스의 역할은 뚜렷하다. 선발진을 이끄는 1선발이다. 매년 16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꾸준히 활약하는 케이시 켈리와 원투 펀치를 이루면 LG는 2024시즌 훨씬 안정된 로테이션을 구축한다.

일단 구위는 합격이다. 2021년 탬파베이에서 향상된 구속을 일본 무대에서도 유지했다. 좌투수로서 시속 150㎞ 이상을 꾸준히 던지는데 특히 하이볼 구사에 능하다. KBO리그 타자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코스로 강속구가 날아온다. 포심 패스트볼과 더불어 슬라이더 또한 강하고 빠르게 꺾인다.

전형적인 파워피처. 다만 커브와 체인지업 구사는 아직 물음표다. 던질 수 있지만 비중이 크지는 않았다. 오는 2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점검할 부분도 세 번째, 네 번째 구종이 될 전망이다. LG 차명석 단장은 “캠프에서 던지는 것을 보고 보완할 부분이 나오면 감독님, 코치님들이 채워줄 것”이라고 외국인 투수와 LG 코칭스태프의 조화를 기대했다.

긍정적인 부분은 엔스와 LG 모두 트래킹데이터와 바이오 메커닉 등에 친숙하다는 점이다. 엔스는 코로나19로 마이너리그가 문을 닫았던 2020년 데이터를 통해 자신의 투구 메커닉에 변화를 줬고 큰 효과를 봤다. 이를 통해 빅리그 무대에도 올랐다. LG 또한 최첨단 장비를 활용해 투수들의 방향을 잡고 컨디션을 관리한다. 엔스와 의사소통이 한층 수월할 수 있다.

그래서 큰 기대를 건다. LG 염경엽 감독은 엔스를 두고 “15승을 해줄 수 있는 1선발로 기대한다. 프런트에서 평가도 그만큼 좋았다”고 말했다. 선발진에서 유일하게 150㎞를 꾸준히 던질 수 있는 투수라는 점. 그리고 오른손에 비해 부족했던 왼손 자원이라는 점. 늘 건강하게 마운드에 서고 있다는 점 등이 플러스 요인이다.

엔스는 LG 구단 공식 발표 후 자신의 SNS를 통해 “LG 트윈스 팬 앞에서 뛰는 순간이 정말로 기대된다. LG가 한 번 더 우승할 수 있게 돕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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