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기자] ‘사극 수난 시대’다. 역사 왜곡, 의상 도용 논란, 말 학대 논란 등 다양한 논란들이 ‘K사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2021년, 단 2회만 방송된 뒤 폐지된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가 대표적인 예다. ‘조선구마사’는 조선 태종 시대를 배경으로 악령이 깃든 좀비 형태의 생시와 이에 맞서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방송 이후 조선 왕실이 서역 구마사의 도움을 받는 설정과 중국풍 소품 등의 사용으로 역사 왜곡 논란이 제기됐다. 청와대 국민청원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민원 제기, 광고기업 항의 등에 광고주들은 잇따라 광고 중단을 선언했다.

결국 논란이 제기되고 5일만에 드라마는 폐지수순을 밟았다. 이미 방송을 시작한 드라마가 2회 만에 폐지된 경우는 ‘조선구마사’가 처음이다. 이 드라마는 그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가장 많은 민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6일 종영한 MBC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은 한복 디자인 도용 논란에 휩싸였다. 한 한복 브랜드 측이 드라마가 자신의 한복 브랜드 디자인을 도용했다고 주장하자 결국 제작진이 사과하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지난해 KBS연기대상에서 주연배우 최수종에게 대상을 안긴 KBS2 ‘고려거란전쟁’은 고증 논란으로 제작진과 원작자 간의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다. 논란은 17회 방영분부터 시작됐다. 17~18회에서는 현종의 실책이 과장되게 그려졌고 18회 방송 말미에 강감찬과 갈등을 겪은 현종이 분을 참지 못한 채 말을 몰다 낙마 사고를 당하는 장면이 전파를 타자 시청자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달했다.

이에 드라마 원작소설인 ‘고려거란전기’를 집필한 길승수 작가는 지난 15일 개인채널을 통해 “역사적 사실을 충분히 숙지하고 자문도 충분히 받고 대본을 썼어야 했는데 숙지가 충분히 안 됐다고 본다”며 “대본 작가가 원작을 피하려다 보니 그 안에 있는 역사까지 피해서 쓰고 있다. 책임감을 가지고 집필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드라마를 연출한 전우성PD는 “드라마 원작 계약은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원작의 설정, 줄거리를 그대로 따르는 리메이크 형태부터 원작의 아이디어를 활용하기 위한 계약까지 다양하다”면서 ‘고려거란전쟁’ 원작 계약 방식에 대해 “리메이크나 일부분 각색하는 형태의 계약이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사극에 대한 시청자들의 잣대는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다. 특히 사료가 풍성한 조선시대 배경 사극의 경우 당대 왕이나 주요 인물들의 복식, 언행, 그리고 그들이 역사에서 가졌던 정치적, 사회적 입장까지, 모든 세부 사항은 정확하게 묘사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이같은 경향에 대해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공개되는 사극들이 글로벌 시청자들이 모두 볼 수 있는 환경에서 공개되기 때문에 제작진도 오해의 소지를 남겨서는 안 된다는 책임감을 어느 정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퓨전 사극 같은 경우 조금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종류의 사극을 볼 때는 대중들도 조금 열린 마음으로 시청하면서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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