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도하=강예진 기자] “비난의 여론, 신경 안 쓰이나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출전 중인 축구대표팀 스트라이커 조규성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다. 그는 지난 1일 카타르 도하의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이 질문을 받고 “정말 신경쓰지 않는다”면서 “운동선수라면 겪어야 할 숙명과도 같다”고 확고하게 답했다.

사실 조규성은 이번대회 ‘욕을 가장 많이 먹은 선수’다. 성적이 말해준다. 조규성은 지난 조별리그 3경기 ‘무득점’에 그쳤다. 매 경기 선발로 출전했음에도 유효 슛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는 등 비난의 대상이 됐다.

도를 넘어선 비난을 받으며 주눅들 법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말레이시아와 3차전 이후 조규성은 “(비난을)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감독께서는 일단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하신다. 나도 골을 넣지 못하고 있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다. 감독님도 선수 시절 이런 일이 수두룩하다는 등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묵묵히 그라운드를 밟은 조규성은 6일 뒤 ‘영웅’으로 우뚝 섰다. 지난 31일 사우디아비아와 16강전에서 대회 마수걸이 골이자, 극장골을 터뜨렸다. 0-1로 ‘16강 조기 탈락’을 눈앞에 둔 후반 추가시간 9분 설영우의 헤더 패스를 머리로 받아 골문을 갈랐다. 벼랑 끝에서 팀을 구해낸 조규성의 동점골에 승부는 연장으로 향했고, 승부차기 끝에 한국은 우여곡절 8강에 올랐다.

비난이 여론을 완전히 뒤집었지만 덤덤했다. 경기 후 조규성은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솔직히 좋다기보다는 그냥 지금까지의 아쉬움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래서 크게 좋아하지는 못했다. 그냥 ‘이제 한 골이 들어갔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쉬운 점을 더 토로했다. 그는 “다만 찬스를 더 잘 살릴 수 있었다. 승부차기까지 가지 않았어도 되는 경기였는데 많이 아쉽다”고 했다.

대회 첫 득점포로 짐을 조금 덜어낸 조규성은 3일 오전 6시30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호주와 대회 8강전에서 ‘2경기 연속골’을 정조준한다.

클린스만 감독은 조규성에게 “마이클 조던도 링에 넣은 공보다 넣지 못한 공이 더 많았다”면서 그의 부담을 덜어줬다.

이에 조규성은 “나뿐 아니라 주변의 상황을 신경 쓰지 않는 방법,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뿐 아니라 동료 등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이 많다. 사람들이 말하는 건 크게 신경 안 쓴다”면서 “호주라는 팀 자체가 단단하다고 생각한다. 그에 걸맞게 우리도 좋은 공격수가 많다. 피지컬이 좋지만, 우리는 더 빠르고 날렵한 선수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득점력에 있어서는 큰 걱정 하지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kk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