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도하=강예진 기자] “(몸상태가) 100%는 아니지만 100%라고 생각하고 뛰고 있다.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은 없다.”

황희찬은 3일 오전 12시30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호주와 8강전에서 맹활약하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0-1로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이 얻어낸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 동점골을 터뜨렸다. 연장전반 14분에는 직접 프리킥을 얻어냈고, 손흥민의 환상적인 감아차기로 짜릿한 역전승을 일궜다.

그간 왼쪽 엉덩이 근육 피로 누적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던 황희찬은 지난달 25일 말레이시아전부터 시동을 걸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에는 출전 시간을 더욱 늘렸고, 이날 대회 처음으로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 후 황희찬은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서 “당연히 선수로서 매 경기 뛰고 싶은 마음은 있다. 사실 그간 아파서 뛰지 못했는데,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챙기지 못해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동료들한테도 미안했고, 힘이 되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잘 준비했고, 이 순간을 위해 준비해왔다. 어쨌든 골을 만들어냈고, 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돼 기쁘다. 앞으로 큰 두 경기가 남아 있는데 목표들을 향해 더 많은 노력을 해서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 좋은 장면 많이 만들어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아찔한 장면도 있었다. 연장전반 추가시간 호주의 에이든 오닐이 황희찬을 향해 깊은 태클을 넣었다. 스터드로 발목을 완전히 밟힌 황희찬은 한동안 그자리에 쓰러졌다. 주심의 최초 판정은 경고였지만, 비디오판독(VAR) 결과 다이렉트 퇴장을 선언했다. 다행히 황희찬은 일어섰다.

그는 “당시엔 진짜 너무 아팠다. 들어가서 체크해봐야 할 것 같다. 너무 아파서 욕도 나왔는데 퇴장당하면서 수적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연장을 치르는데 훨씬 더 유리한 상황이 됐다. 아팠지만 시간이 지나서 괜찮아졌다”고 설명했다.

황희찬은 전반 31분 한 차례 골망을 흔들었지만,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그는 “상대를 추격하는 상황에서는 정말 좋은 장면이었다. (이)강인이의 패스가 좋았고, (설)영우도 잘줬고, 나도 잘 들어가서 마무리했다. 아쉽지만 우리가 좋은 장면을 계속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는 장면이었다. 그런 부분들을 통해 오늘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후반전에도 우리가 좋은 장면을 만들어 내서 승리할 수 있었다. 우리가 마땅히 승리할 수 있는 경기였다”고 돌아봤다.

황희찬의 ‘강심장’은 손흥민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차는 장면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직접 페널티킥을 차겠다고 한 건 물론, 골대 상단으로 공을 강력하게 꽂았다. 황희찬은 “일단 내가 차고 싶다고 흥민이 형한테 이야기했고, 형도 바로 오케이했기에 자신있게 찰 수 있었다. 대표팀 선수로서 뛰는 경기의 모든 동장 하나하나에 책임감이 많이 따르고, 느끼고 있다. 페널티킥을 찰 때도 나만의 슛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모든 국민이 응원해주셨고, 팀원들의 노력도 들어있었다. 그래서 더 집중해서 무조건 마무리한다고 생각했다. 잘 마무리해서 기뻤다”고 이야기했다.

이제 우승까지 남은 건 2경기다. 한국은 오는 7일 오전 12시 요르단과 4강전을 치른다. 황희찬은 “솔직히 100%는 아니지만 100%라고 생각하고 뛰고 있다.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은 없다. 무조건 스프린트 해야 한다. 그리고 백코스로 뛰고 해야 한다. 그냥 막 뛰고 있다”면서 일단 회복부터 잘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원했던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다음 경기를 꼭 넘어야 한다. 우리는 그럴 자격, 준비가 되어 있다. 남은 기간 잘 준비해서 더 좋은 장면, 또 재밌는 축구로 좋은 결과 가져오겠다”고 다짐했다. kk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