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상 “절실한 마음으로 야구한게 큰 도움”

‘방출생 출신’ 윤대경 “자신감 많이 생겼다”

[스포츠서울 | 황혜정 기자] 야수에서 투수로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바로 한화 이글스 투수 주현상(32)과 윤대경(30)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다는 ‘연봉 1억’을 스스로의 힘으로 달성해 낸 야수 출신 투수가 한화이글스에는 2명이나 있다.

주현상은 2023시즌 연봉 5800만원에서 5200만원 인상, 윤대경은 9000만원에서 2000만원 각각 올라 올 시즌 나란히 1억1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이들은 모두 야수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주현상은 2015년 2차 7라운드 전체 64순위로 한화이글스에 내야수로 입단, 그해 103경기에 나섰지만 이듬해 15경기에 출장하는 데 그치며 점차 기회를 받지 못했다. 그는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을 해결한 뒤 투수로 전향했다.

2021시즌 1군에 데뷔해 지난 시즌에는 55경기 59.2이닝을 던지며 2승 2패 12홀드, 평균자책점 1.96이라는 우수한 활약을 펼쳤다.

윤대경은 2013시즌 삼성라이온즈에 7라운드 65순위로 입단했지만 1군 데뷔 없이 군입대 중 방출 통보를 받고, 일본 독립리그를 거쳐 한화에 투수로 입단했다.

2020년 55경기 5승 무패 7홀드, 1.59의 평균자책점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은 윤대경은 지난해 47경기 47.2이닝에서 5승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했다.

이하 한화 구단과 주현상·윤대경 일문일답.

1. 연봉 1억원을 넘게 됐는데 소감은

주현상(이하 주) 이번 캠프 선발대로 오게 돼 출국 며칠 전에 계약을 했는데 뭔가 가장으로서 뿌듯했다. 아내도 만족해하고, 아이에게도 뭔가 아빠가 아빠의 분야에서 뭔가 열심히 해왔다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자랑스럽다. 기분이 정말 좋았고 그만큼 앞으로 팀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생각도 많이 하게 됐다.

윤대경(이하 윤) 아직 첫 월급이 들어오기 전이라 실감이 나지는 않지만 계약 당시에 정말 너무나도 기뻤다. 연봉 1억원이라는 것이 야구선수에게는 상징적인 의미이다 보니 기쁨을 감추기 어려웠고, 이제 나도 더 열심히 하면 더 큰 연봉을 받을 수 있겠다는 욕심과 자신감이 생겼다. 거기에 나의 가치를 인정해주신 팀에게 큰 책임감도 함께 느끼고 있다.

2. 모두 야수 출신에서 투수로 전향해 좋은 활약으로 연봉 1억원 클럽에 올랐는데, 소회가 남다르겠다.

주) 솔직히 신인 때 기회를 많이 받았는데 두번째 해부터 1군 출장이 크게 줄어들면서 연봉 생각보다는 야구를 더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컸었다. 공익근무를 하며 팀이 가을야구를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야구가 너무 하고 싶었다. 정말 야구를 더 하고 싶어서 최소연봉을 받으며 투수로 전향했는데 1군 데뷔 3년만에 연봉 1억원, 평균자책점 1점대라는 좋은 결과를 내게 돼 뿌듯하다. 예전에는 야구를 어떻게 하면 더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훈련했다면, 이제는 앞만 보고 야구를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고 좋은 점이다.

윤) 군대에서 방출 소식을 듣고, 일본 독립리그에 갔다가 한화이글스에 왔을 때 연봉이 최저연봉이었다. 뛰어난 선수들은 데뷔 2년만에 억대 연봉을 받기도 하지만 저는 정말 돌고 돌아 연봉 1억원을 넘겼는데 그래도 그런 건 상관하지 않는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연봉 1억은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운도 많이 따랐고, 생각지 못한 기회도 많이 받아서 지금 호주에서 캠프를 치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연봉 2억원을 위해 노력하면 현실로 다가올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좌절도 많이 하고, 시행착오도 많이 겪은 내가 이런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 연봉 이상의 수확이다.

3. 둘 다 투수 전향 후 이렇게 활약을 했다는 건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일텐데

주) 공익근무 마치고 투수로 전향한 뒤 서산에서 군제대 선수 신분으로 신인들과 함께 훈련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내 나이가 29세였는데, 19세 후배들과 훈련을 하다 보니 오기가 생기더라. 나이 차는 많이 나지만 후배들에게 지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러닝을 하든 훈련을 하든 상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훈련했다. 실제로 그 후배들에게 뒤쳐지지 않았다. 야구를 하고 싶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그 때 한눈 팔지 않고 열심히 한 게 지금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윤) 사실 저는 복이 많았다. 많은 분들에게 도움도 받고 기회도 얻었다. 그 많은 도움 중에서 그래도 내가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한 게 있다고 하면 당시 송진우 코치님이 ‘너에게는 체인지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해 주셔서 반년 동안 매일 훈련 끝나고 나머지 공부하듯 체인지업을 파고 들었다. 나에게 필요하다고 하니 정말 체인지업 한 우물만 계속 팠던 것 같다. 매일 한박스씩 체인지업을 던지니 힘도 들었지만 지금은 그게 내 새로운 무기가 됐다. 그 시기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상상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4. 연봉 1억원은 이제 본인의 꿈을 하나 이룬 것이겠지만 후배 선수들에게는 새로운 롤 모델이 되는 것인데, 조언해 줄 말이 있다면

주) 나는 정말 늦은 나이에 투수를 시작했다. 31살에 투수를 시작한 것이니 정말 많이 늦었다.(웃음) 지금 우리 팀의 어린 선수들은 앞으로 야구할 날이 나보다 훨씬 더 많다. 기량도 나보다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도 육성군, 퓨처스팀을 모두 겪어봤는데 어린 선수들이 지금 퓨처스나 육성군에 있다고 해도 포기하지 않으면 좋겠다. 지금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분명히 1군에 오를 수 있을 것이고 패전조, 추격조를 거치면서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나도 패전조와 추격조를 모두 거치면서 이기는 경기에 나갈 수 있게 됐는데 이 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계속 경쟁해 나갈 것이다.

윤) 나는 방출도 경험한 선수다. 어쩌면 막연한 얘기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가 한번은 꼭 온다고 믿었다. 나 같은 경우는 시행착오를 굉장히 세게 겪은 케이스다.(웃음) 그리고 1군에서 활약하는 선수들보다 지금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선수들이 몇 배나 더 많다. 그런 선수들이 거기서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스로를 더 단단해지게 만드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다.

5. 작년시즌은 본인들에게 어떤 의미인가

주) 1점대 평균자책점은 해 볼 수 있을 거란 생각도 전혀 못해봤다. 심지어 작년 초반에는 7점대, 8점대 평균자책점을 찍기도 했고, 2군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훈련해서 다시 1군에 복귀할 수 있었고, 끝나고 나니 좋은 성적을 기록해 냈더라.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작년 시즌은 하나의 ‘이정표’ 같은 시즌이 될 것 같다. 작년 시즌을 능가하는 시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올 시즌 뿐 아니라 내년, 내후년에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것이라는 건 알고 있다. 그래도 더 좋을 것이다,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만 하려고 한다.

윤) 나에게 지난 시즌은 ‘경각심’의 한 해였다. 작년에 투수로 전향한 후 어깨를 처음 아파봤는데, 아프기 전까지 몸 상태가 너무 좋아서 나 스스로 기대를 많이 했었다. 그런데 어깨 통증이 오면서 그 기대가 꺾이면서 충격도 컸다. 그렇게 되니 초반에 좋았던 게 아무리 해도 돌아오지 않더라. 그래서 솔직히 운 좋게 꾸역꾸역 막아내는 느낌이었는데 이렇게 하면 안된다는 경각심이 들었다. 내 공으로, 내가 가진 무기로 상대 타자와 승부해야 하는데 운으로, 뭔가 힘겹게 막는 투수는 신뢰감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작년 후반기를 기억하면서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계기로 삼으려고 한다.

6. 올시즌 목표와 각오는

주) 투수로 전향한 후 매년 중간 중간 성적이 좋지 않아 서산을 한 두 차례 꼭 내려갔다 올라왔다. 올 해는 처음부터 잘해야 한다. 매년 등판 경기수와 이닝수가 늘고 있어서 그걸 더 늘리고 싶다. 경기수와 이닝수를 늘리려면 서산에 내려가는 일 없이 1군에 풀타임으로 머물러야 하고, 1군 풀타임을 뛰려면 부상도 없어야 하고, 성적도 꾸준해야 한다. 지금 캠프에서 준비 잘해야 아프지 않고 내 스스로 생각한 목표를 넘어설 수 있다. 올해는 신뢰감을 얻어 더 많은 경기와 이닝을 뛰고 싶고, 특히 팀이 더 많이 이기고, 그 이기는 경기에 나가는 선수가 되고 싶다.

윤) 나도 마찬가지다. 작년보다 훨씬 더 많은 경기와 이닝에 나가는 것이다. 그걸 위해 지금 부상관리와 체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나는 내 퍼포먼스를 기복 없이 유지해야 한다. 작년보다 더 많은 경기에 나간다면 다른 성적은 알아서 따라와 줄 것이라 믿는다. 팀이 이기는 경기에서 안정감 있게 뒤를 받쳐주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