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불혹과 지천명을 넘긴, 합계 95세 베테랑들의 열전은 모처럼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팬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국산 탱크’ 최경주(54·SK텔레콤)와 ‘미스터 박카스’ 박상현(41·동아제약)은 KPGA투어를 대표하는 베테랑 스타들이다. 최근 2~3년 사이 KPGA투어는 20대 초반 영건들이 약진했지만 베테랑의 관록을 넘어서지 못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핀크스 골프클럽에서 19일 막을 내린 SK텔레콤 오픈은 KPGA투어에 깊고 큰 울림을 전했다. 홀에 꽂아둔 폴이 90도가까이 휘어질만큼 강한 바람이 첫 이틀간 선수들을 괴롭혔고, 청명한 날씨가 야속할 만큼 딱딱한 그린과 어려운 핀 위치가 남은 이틀간 발목을 잡았다.
시차적응할 시간도 부족해 지친 기색이 역력하던 최경주는 그런데도 5타 차 단독선두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했다. 버티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박상현은 최종라운드에서 7타차 열세를 극복하고 공동선두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두 베테랑의 두 차례 연장혈투는 기세와 기적, 묘기에 가까운 기술 등으로 역사에 남을 명승부를 만들었다. 승자는 뜨거운 눈물을, 패자는 존중의 미소로 명승부에 화룡점정했다.
KPGA투어 최고령 우승(54세)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각종 기록을 쏟아낸 최경주는 “좋은 후배들이 참 많다. 덕분에 힘을 얻고, 열심히하고 있다”며 후배들을 끌어안았다. 그러면서 “어릴 때는 철없고 건방졌다. 우승해도 감정기복이 심하지 않았다”고 돌아보며 “모든 선수는 코스를 정복하고 도전하고 싶어한다. 어려운 코스세팅과 날씨 속에 라운드하면, 배우는 게 많을 거다. 후배들도 이번 대회를 통해 각자 목표 설정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의미있는 조언을 했다.
범프 앤드 런, 컷샷 등 기술을 설명한 최경주는 “요즘은 40분씩 스트레칭해도 아픈 데가 있다. 그래도 매일 벙커, 치핑, 아이언샷 등 매일 점검한다. 대회 때가 아니어도 하루에 500개가량 볼을 친다. 매일 하지 않으면 근육이 풀어진다”고 강조했다. 개인통산 30승을 따낸 베테랑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탄산음료나 알코올, 담배 등도 철저히 멀리한다. 뼈건강을 위해 칼슘이 빠져나가는 것으로 알려진 커피도 끊을만큼 몸관리도 철저히 한다. 최경주는 “잘자고, 잘먹어야 한다. 몸에 독이되는 건 절대 하면 안된다. 운동도 꾸준히 해야 한다.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투어는 카트로 이동할 수 있지만, 하루 36홀을 돌아야하는 등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걸어서 플레이한다. 걸을 때 몸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독종’으로 불릴만큼 철저한 자기관리는 프로 선수가 갖춰야 할 첫 번째 덕목이다.
박상현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그는 “힘들어서 웨이트트레이닝도 안한다”고 웃으며 “자신의 컨디션에 맞는 훈련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샷도 마찬가지다. 멋있고 호쾌한 스윙, 물론 좋다. 하지만 상황에 맞는 플레이, 화려함보다 건실함을 좇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GA투어에서 맹활약 중인 임성재(25·CJ)가 KPGA투어 대회에 출전해 4~5타차를 뒤집고 우승하는 장면이나 지천명과 불혹을 넘긴 최경주 박상현이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는 이유, KPGA투어의 미래로 불리는 ‘영건’들이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그래야 KPGA투어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