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어디 좋은 감독 없나요?”

K리그가 개막한 지 약 4개월이 지난 현재 시점에 1,2부 리그를 합쳐 총 8명의 감독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K리그1에서는 전북 현대와 대전하나시티즌, 대구FC, 그리고 인천 유나이티드까지 올시즌을 시작했던 4명의 지도자가 사임했다. 울산HD의 경우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으로 갈 예정이라 곧 공석이 된다. K리그2에서는 수원 삼성과 성남FC가 감독을 교체했고, 부산 아이파크의 박진섭 감독까지 물러나면서 새 사령탑 찾기에 돌입했다.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순위 경쟁, 승격 싸움 속 구단은 감독을 오래 기다리지 않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나름의 ‘골든 타임’을 찾는 현상은 감독 수명을 ‘파리 목숨’처럼 짧아지는 결과를 부른다.

각자의 사정이 있으니 감독 교체라는 강수를 마냥 비판할 수는 없다. 문제는 원활한 ‘수혈’ 여부다. 기존의 지도자가 물러나도 팀에 명확한 변화를 부르는 감독을 영입한다는 보장이 없다. 프로축구판에서 많은 관계자가 입 모아 꺼내는 고충이 바로 지도자 기근 현상이다. 승강제 도입 후 지도자의 수명이 급격하게 짧아지면서 많은 감독이 소모됐고, 각자의 목표를 달성할 만한 새 사령탑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다.

한 기업구단의 고위 관계자는 “우승을 위해 뛰는 팀, 아시아 무대를 원하는 팀, 혹은 생존이 중요한 팀이 있다. 그 목표에 따라 감독을 영입해야 하는데 어떤 목표를 세워도 확실한 매력을 느낄 만한 지도자 매물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적지 않은 축구 팬은 외국인 감독 영입을 요구하지만 K리그 현실과 동떨어진다. 능력 있는 외국인 지도자는 K리그에 오지 않는다. 당장 최근 K리그에 들어왔던 외국인 사령탑은 하나 같이 실패했다. 전남 드래곤즈, 부산 아이파크, 전북 현대가 홍역을 치렀다. 대표팀조차 능력 있는 외국인 감독 영입에 난항을 겪는 실정에 K리그 구단이 해외로 시선을 돌리기는 웬만한 자본을 갖추지 않으면 쉽지 않다.

여러 이유로 최근에는 K리그에도 신선한 지도자가 투입되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이름값이나 명성, 혹은 정치적인 이유가 아니라 철저하게 지도자 경력을 바탕으로 선임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K리그를 넘어 한국 축구 전체를 위해서라도 지도자 폭을 넓히는 작업은 필요하다는 데 이견은 거의 없다.

현재 K리그에서 코치로 활동하며 능력을 인정받았거나, 연령대 대표팀, 혹은 대학 무대에서 지도력을 발휘하는 지도자들은 감독 구인난에 시달리는 K리그에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올해만 봐도 수원FC의 김은중 감독이나 포항 스틸러스의 박태하 감독, 김천 상무의 정정용 감독 등 K리그 사령탑 경험이 많지 않은 지도자들이 상위권에서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돌풍의 주인공 이정효 광주FC 감독도 사령탑으로 변신한 지는 3년이 채 안 된다. K리그2에서 선두를 달리는 FC안양의 유병훈 감독도 선수 시절 무명이었지만 오랜 기간 코치로 일하며 노하우를 쌓아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