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효원 기자] 셰익스피어의 고전 ‘맥베스’는 전세계에서 다양하게 해석돼 꾸준히 무대에 오르는 작품이다.

‘맥베스’가 양정웅 극단 여행자 대표의 연출로 새롭게 태어나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고 있다.

양정웅 연출의 ‘맥베스’는 전통적인 요소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의 ‘맥베스’가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무대와 연출에 집중했다면, 양 연출은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무대 디자인과 조명을 통해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전통적인 무대 장치를 탈피해, 간결하면서도 상징적인 무대를 구성했다. 아무 장식없는 심플한 무대는 스크린과 조명을 창의적으로 사용해 마치 한 편의 SF 영화를 보는듯한 몰입감을 느끼게 해준다. 이는 관객들로 하여금 각 장면의 감정과 분위기에 집중하게 만들며, 시각적인 강렬함을 전해준다.

조명의 활용 또한 주목할 만하다. 조명은 캐릭터의 내면 심리를 드러내는 중요한 장치로 활약한다. 맥베스의 야망이 극에 달할 때는 붉은 조명이 등장해 심리적 압박감을 드러내고, 그의 죄책감과 두려움이 커질 때는 어둠과 그림자가 등장해 불안함을 강조하는 식이다.

음향 효과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음향 효과를 통해 장면의 긴장감과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특히, 맥베스가 환각을 경험하는 장면에서는 음향 효과가 그의 불안정한 정신 상태를 말해준다.

인간의 심리의 밑바닥까지 깊이 들어가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양 연출의 맥베스가 가진 미덕이다. 주인공 맥베스의 야망, 죄책감 등을 시각적, 청각적으로 표현한 것은 물론 멕베스를 둘러싼 인간군상들의 심리까지도 심도깊게 묘사해 극의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한다.

여기에 더해 배우들의 연기는 연극이라는 장르만이 가진 맛을 느끼게 해주는 요소다. 황정민은 맥베스의 내면 갈등과 비극적 파멸을 강렬하게 표현해낸다. 강렬한 카리스마와 감정 표현은 극의 긴장감을 더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송일국은 뱅코우 역을 통해 맥베스의 가장 친한 친구에서 그를 의심하고 맞서는 인간적 고뇌와 복수심을 잘 드러낸다.

레이디 맥베스 역의 김소진의 섬세한 연기도 극을 아슬아슬 팽팽하게 이끄는 요소다. 이들과 호흡을 맞추는 덩컨 왕 역 송영창, 맥더프 역 남윤호, 맬컴 역 홍성원, 세 마녀 임기홍 윤영균 김범진 등의 연기도 흠잡을 데가 없다.

커튼콜에서는 ‘120분이 짧게 느껴지는, 만듦새 좋은 연극의 탄생’에 기립박수가 꽤 오랫동안 이어진다. 관객이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찬사다.

한편 ‘맥베스’는 오는 8월 18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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