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투수에게 마운드는 시발점이다. 좌투수든 우투수든 두 발을 땅에 한 번씩 디디고 공을 던진다. 디딤돌 역할이다. 그라운드 키퍼들도 각별히 신경 쓴다. 흙 성분에서부터 마운드 고르기까지. 시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선발투수가 투구에 최대한 방해되지 않게 하는 게 관례다. 그게 깨졌다.

위너 이승훈이 시구가 논란이다. 지난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한화 경기에서 시구자로 나섰다. 이승훈은 “롯데 위너가 왔다. 승리 자이언츠 소리 질러! 제가 위너의 승리 기운을 팍팍 넣어드리고 가겠다”고 외쳤다.

여기까진 좋았다. 문제는 다음부터였다. 18초간 마운드에서 춤을 췄다. 과했다. 물론, 그동안 숱한 시구자들이 갖가지 퍼포먼스를 해왔다. 이해되지 않을 것도 없었다. 그러나 춤이 과했다. 격렬한 브레이크 댄스로 흙을 밟았다. 투수가 투구하는 동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흙이다. ‘이건 좀 아니지 않냐’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공을 글러브에서 빼서 시투하는 척했다. 롯데 포수 손성빈을 농락하는 것처럼 보였다. 야구를 깎아내린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야구팬들이 분노한 지점은 여기였다. 매너가 아니라고 봤다. 와인드업 자세를 두 번이나 취했지만, 공을 던지지 않았다. 이윽고 던진 공은 바운드 됐다. 그리고 포수 뒤로 훌쩍 넘어갔다. 공을 주으러 주전 포수가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 이게 18초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가을야구’를 앞둔 민감한 시기라는 걸 감안하면,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었다. 야구는 특히나 멘탈 스포츠다. 축하하러 온 시구자가 해야 할 선이 있다. 그 선을 넘은 것에 대한 비판이다.

보는 눈이 많다. 프로야구 최초 900만 관중 시대를 돌파했다. 아직 사태 심각성을 모르는 듯하다. 인스타그램엔 아직 동영상이 게재돼 있다. 야구팬들이 몰려가 비판 댓글을 달고 있다. “시구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물론, 위너 팬들은 “이런 시구 없었다”며 칭찬하는 댓글도 달린다. 다만, 야구팬 눈에 보기엔 과했다는 이야기를 피해 가긴 어렵다.

이승훈 퍼포먼스는 멋지다. 멋졌다. ‘위너’ 이전부터 그랬다. 다만 ‘톤 앤 매너’가 중요하다. 시간이 다소 지났지만, 간단한 사과는 필요해 보인다. 그게 ‘위너’가 되는 길이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