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뮤지컬은 라이브 무대에서 작품이 가진 관념을 노래·연기·춤 등 다양한 퍼포먼스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배우들은 170분간(대극장 기준) 맡은 배역에 자신만의 색을 입혀 매력을 어필한다.

시간의 흐름을 주어진 시간 안에 모두 표현해야 하기에 배우들은 쉴 새 없이 변신한다. 체력 소모가 크고, 순간 집중력까지 필요해 정식적으로도 감당해야 하는 강도도 세다. 완벽한 무대 완성을 위해 피해는 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대부분의 배우가 동시 한 작품 이상 출연을 피하는 이유다.

일주일에 4~5회 중소극장으로 오가는 것도 무리인데, 전혀 다른 캐릭터로 두 곳의 대극장을 웅장하게 장식하고 있는 배우들이 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과 ‘베르사유의 장미’에서 동시 열연 중인 이해준과 고은성이 그 주인공들이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서는 19세기 유럽 나폴레옹 전쟁 당시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연구에 매료된 신체접합술의 귀재가 친구의 배반으로 괴물로 변한 앙리 뒤프레&괴물 역을 맡았다.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에서는 여자이지만 남자의 삶을 살아야 하는 오랜 친구 오스칼을 향한 사랑을 가슴에 숨긴 채 그의 곁을 지키는 하인이자 친구인 앙드레 그랑디에를 연기한다.

◇ ‘E’ vs ‘I’ 애정 표현…과연 우정일까, 사랑일까

‘프랑켄슈타인’은 생명 창조를 위해 시작한 이들의 실험이 믿음과 의리에서 배신과 증오로 바뀐다. 다시 우정의 끈이 이들을 연결하지만, 죽음 앞에서 이미 늦어버린 시간임을 깨닫는다.

‘베르사유의 장미’는 화려한 프랑스 귀족 문화와 굶주림에 낫을 든 혁명, 여자이지만 군인으로 살아야 하는 이를 목숨까지 바쳐 지켜내는 사랑과 우정, 그리고 연민이 인간의 존엄성과 삶의 가치를 선택한다.

스토리만으로도 두 작품은 극과 극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MBTI로 표현하자면 ‘프랑켄슈타인’은 ‘E(외향적)’, ‘베르사유의 장미’는 ‘I(내향적)’다. 주인공 중심으로 보면 ‘브로맨스’와 ‘로맨스’다.

시대적·공간적 배경도 다른데 연기해야 하는 캐릭터도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다. 넘버의 음색, 춤 선, 무술신도 모두 다른 색깔을 띤다.

두 인물 모두 감정 소모가 큰 배역이기 때문에 배우들의 존재감이 확실히 두드러지지만, 그만큼 희생과 노력이 요구된다. 특히 체력과 감정 소모의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작품이기에 조건도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준과 고은성은 어둠과 화려함이 공존하는 두 무대를 모두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

이해준은 ‘프랑켄슈타인’을 해병대, UDT로 표현했다. 그는 “공연이 끝나면 매우 극한 체험을 하고 온 느낌”이라고 했다. 반대로 ‘베르사유의 장미’는 “체력적으로 덜 힘들 수 있지만, 더 깊은 감정과 한 사람에게 집중할 수 있는 배역”이라고 설명했다.

애정 표현 방식도 다르다. 물론 상대가 남자와 여자인 이유도 있지만, 거침과 섬세함이 손끝 차이에서 느껴진다.

이해준은 “앙리가 빅터를 향하는 마음이 ‘찐 사랑’ 같기도 하고 우정 같기도 하고 그 이상 같기도 하다”라면서 “중요한 건 신념이다. 빅터의 뇌에 반한 건 종교 이상의 신념에 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앙리는 실행시키지 못하더라도 빅터의 꿈을 실현해주고자 그의 도플갱어가 되려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앙드레는 처음부터 사랑으로 오스칼을 지키는 것으로 보이지만, 시대상 신분을 뛰어넘을 수 없는 하인으로 감히 사랑으로 느낄 수 없는 늘 지켜주는 존재”라며 “이성으로 느낄 때도 있지만, 내 신분 안에서 지키려고 노력한다. 한 인간으로서 시대를 품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느낀 후 사랑으로 품는 것”이라며 감정을 표현했다.

◇ 무대 조명이 꺼지면 에너지 방전…그래도 관객이 있어 행복한 삶

작품 속 두 주인공은 1막과 2막에서 전혀 다른 인물로 쉴 새 없이 변신하며, 대극장 무대가 좁다고 느껴질 만큼 시공간을 초월하는 열연을 펼친다. 공연을 보는 관객도 숨이 차는데, 배우들은 오죽하겠는가.

이해준은 스태프에게 업혀 대기실로 이동했던 날을 떠올리며 “4번 정도 있었다. 공연 후 힘들어서 30분쯤 대기실에 앉아 멍때릴 때도 있다”라며 “(몸에 분장한 괴물의) 상처 분장을 클렌징 티슈로 지우면서 스스로 토닥이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몸은 힘들지만, 대극장에서 주목받는 두 작품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이해준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몸을 던져 보자는 각오로 도전했다. 매해 해내고 있고, 점점 관객들이 많아져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며 미소 지었다.

한편 ‘프랑켄슈타인’은 오는 25일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이해준과 고은성은 각각 2회 무대를 남겨놨다. 반면 ‘베르사유의 장미’는 앞으로 10월13일까지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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