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리=김동영 기자] 0.21초 그리고 0.16초. ‘간발’이라는 표현도 부족할 정도의 차이다. 이 차이 때문에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수영 대표팀 조기성(29)이 다시 메달을 눈앞에서 놓쳤다. 머리로는 인정했다. 가슴은 그게 안 된다.

조기성은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수영 남자 개인혼영 150m 스포츠듬급 SM4 결선에서 2분37초45에 터치패드를 찍었다.

4위다. 3위 멕시코 카마초 라미레스(2분37초29)와 딱 0.16초 차이다.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로 메달을 놓쳤다. 두고두고 아쉬울 일이다.

사실 묘한 ‘데자뷔’다. 지난달 30일 열린 평영 50m(SB3 등급)에서도 그랬다. 당시 50초73을 기록했다. 순위는 4위다. 3위 스페인 미겔 루케(50초52)와 0.21초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당시 조기성은 “3등인 줄 알았는데 조금 아쉽다. 4등은 운동선수가 하면 안 되는 등수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시간이 흘러 개인혼영 150m에 출전했다. 이번에는 더 아깝다. 메달 문턱에서 빈손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사실 결선 컨디션은 예선을 치른 오전보다 좋았다. 결과가 아쉬울 뿐이다.

노메달로 끝날 수도 있다. 20살에 출전한 2016 리우대회 때 무려 3관왕(자유형 50m, 100m, 200m)에 올랐다. 대한민국 장애인 수영 새역사를 작성했다. 당연히 기대도 높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경기 후 조기셩은 “어쨌든 진 건 진 거니까 드릴 말씀이 없다”며 “터치 싸움에서 두 번 다 졌다. 그건 내가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나름 많이 준비했지만, 3위를 한 선수가 나보다 더 노력을 많이 했을 것”이라고 패배를 인정했다.

앞서 조기성은 예선에서 2분41초11로 전체 4위를 기록했다. 총 9명의 선수가 출전한 예선에서는 상위 8명이 결선에 진출한다. 당일 1명이 기권해 순위와 상관없이 모두 결선으로 향했다. 출전 선수가 8명일 경우 예선 없이 곧바로 결선을 치른다. 그러나 당일 기권 처리가 돼 예선이 그대로 진행됐다.

그렇게 조기성이 두 차례 연속 아쉽게 메달을 놓쳤다. 아직 끝은 아니다. 오는 7일 남자 배영 50m(S4등급)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상황. 고별전이다.

조기성은 “원래 계획은 앞에서 메달을 따고 편안한 마음으로 마지막 경기에 임하려 했다”며 “배영은 내 주종목이 아니다. 마지막인 만큼 즐기고 싶은 마음에서 주종목이 아닌 걸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열심히 하겠지만 즐긴다는 말씀은 못 드릴 것 같다”고 거듭 아쉬움을 드러냈다.

수영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를 향해 가는 조기성은 “그동안 국가대표를 하면서 많이 힘들었다. 리우대회에서 3관왕을 하면서 장애인 수영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다”고 털어놨다.

이어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면서 패럴림픽 메달에 대한 간절함과 욕심이 더 커졌는데, 그걸 떨쳐내지 못한 게 패인이지 않았나 싶다. 도쿄 때보다 훨씬 몸이 좋았다. 스스로 기대를 많이 했다. 감독님께 메달을 안겨드리고 싶었는데 안타깝게 됐다”고 울먹이며 말했다.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