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영화, 방송 등에서 ‘사적제재’ 소재가 널리 쓰이면서 관심을 끈다. 영화 ‘베테랑2’에선 경찰이 강력범이 되고, SBS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에선 악마에 빙의된 판사가 강력범을 처단하는 내용을 다룬다. “악인을 개인이 처단하는 것은 올바른가?”란 윤리적 질문을 던진다.

그 가운데 두 작품은 강력범을 대하는 방식에 있어 차별점이 있다. ‘베테랑2’에선 강력범을 사적으로 처단하는 경찰 선우(정해인 분)가 결국 법 심판을 받게 된다. 서도철(황정민 분)을 보고 경찰이 되기로 결심한 선우는 강력범을 체포하는 것에서 희열을 느낀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법의 심판을 제대로 받지 못한 이들에게 경찰이 아닌 자연인 신분으로 죽이기도 한다. 대학원생을 성폭행해 스스로 비관해 목숨을 마감하게 한 교수를 잔인하게 살인하거나, 사람을 죽인 악인이 비교적 일찍 풀려나자 은밀히 살해하는 형태다.

영화는 ‘사적제재’로 인한 살인이 정당한지 묻는다. ‘베테랑1’(2015)이 보여준 서사에 대해 고민이 ‘베테랑2’에 녹아들었다.

류 감독은 “새로운 세대들이 ‘베테랑’을 대하는 방식이 ‘사이다’라고 한다. 나는 영화로 사적 복수를 한 것”이라며 “시간이 흘러 비난했던 대상이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뒤바뀌는 경우가 있다. 그때 비난의 온도가 처음 온도보다 훨씬 미지근해졌다. 스스로가 섬찟했던 순간이, 분노의 타점이 잘못됐던 나 자신을 옹호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SBS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는 악마에 빙의 된 판사 강빛나(박신혜 분)가 데이트 폭력 가해자를 죽인다. 판사로서 무죄를 선고해 범죄자를 풀어준 뒤 사복을 입고 찾아간 강빛나는 “죄인은 자신의 죄를 인정합니까”라고 말했다. 가해자가 죄를 인정하지 않자 “이게 진짜 재판이잖아”라며 칼을 꺼내 든다. 그리고 지옥으로 안내한다.

‘사적제재’에 판타지를 입혔다. 가해자와 연인 관계를 맺은 강빛나는 피해자가 당한 데이트 폭력을 그대로 경험하게 했다. “제발 헤어지자”고 ‘안전이별’을 애걸복걸하는 가해자를 계속 폭행하며 “넌 절대로 나한테서 못 벗어나. 죽을 때까지. 사랑해 자기야”라며 소름 돋는 경험을 하게 한다.

박진표 PD는 “이번 판타지가 지독한 세상을 사는 우리에게 희망 같은 거로 생각한다”며 “극 중 판결이 실제로 존재하고 땅에 붙어 있는 내용들이라 더 가감 없이 표현하고 싶었다. 드라마를 보며 통쾌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셨으면 한다”고 답했다.

또 박 PD “사적 복수, 사적 제재라는 단어를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다. 대본상에서 사적 복수가 아닌 지옥의 법에 의한 처단이라고 규정을 지었다. 그 판타지가 우리 마음속의 희망이나 바람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