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광주=김동영 기자] 한국시리즈에 ‘세차’가 언급됐다. ‘사파리’도 나왔다. 호랑이와 사자의 자존심 싸움. 넓게 보면 재계서열 1위와 3위 기업의 대리전이기도 하다. 삼성과 KIA가 파이널에서 격돌한다.
삼성과 KIA는 ‘초거대기업’을 모회사로 두고 있다.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다. 2024년 자산총액 기준 재계서열 1위와 3위다. 자산 총액 수백조짜리 기업들이다.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 경쟁한다.
두 기업은 스포츠판에서도 치열하게 붙었다. 농구에서 삼성전자-현대전자가 그랬고, 배구에서 섬상화재-현대자동차서비스(현 현대캐피탈)가 있었다. 축구에도 수원 삼성과 울산 현대, 전북 현대 등이 붙었다.
야구도 삼성 라이온즈-현대 유니콘스 라이벌리는 무시무시했다. 과거 승리수당(메리트)이 있던 시절, 한 경기에 수천만원에서 억대 수당이 걸리기도 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삼성에는 지지 마라’, ‘현대에는 패하면 안 된다’던 시절이다.
현대 유니콘스는 사라졌지만, ‘현대가(家)’는 여전히 야구에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기아자동차가 해태 타이거즈를 인수해 KIA 타이거즈가 됐다. 2001년이다. 23년이 흘러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vs 현대 구도가 잡혔다.
그리고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KIA 김도영과 삼성 박진만 감독이 모기업을 ‘흐뭇’하게 만들 발언을 남겼다.
김도영이다. 2023년 개막 미디어데이 당시 우승 공약으로 ‘세차’를 걸었다. 팬의 차량을 세차해주겠다고 했다. 아직 유효하다. “우승하면 뭔들 못하겠나. 다 할 수 있다. 깨끗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열심히 해보겠다”며 웃었다.
추가 질문이 갔다. 사회자가 ‘모기업 차량이 아니어도 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도영은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우리 모회사 차가 아니면 안 된다”고 칼같이 선을 그었다.
김도영은 올시즌 맹활약을 펼쳤다. 지난 8월에는 최연소·최소 경기 30-30 달성 기념으로 모기업 기아자동차에서 최신형 전기차 EV3를 받기도 했다. 광주 출신으로 프랜차이즈 스타의 길을 걷고 있다. 모기업 사랑도 지극하다.
삼성도 그냥 있지는 않았다. 삼성 박진만 감독과 KIA 이범호 감독에게 ‘사자와 호랑이가 싸우면 누가 이기느냐’ 하는 질문이 갔다. 이범호 감독은 당연히 “호랑이가 이긴다. 동물원에 가면 호랑이가 잡고 있다”며 웃었다.
그러자 박진만 감독은 곧바로 “에버랜드 안 가보셨나보네”라며 웃은 후 “사자 아닌가. 사파리 가보면 항상 사자가 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에버랜드는 삼성그룹이 보유한 종합테마파크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1976년 개장해 누적 방문객이 2억명이 넘는다. 사파리도 유명하다. ‘신드롬’을 일으킨 판다 푸바오도 에버랜드 명물이었다.
박진만 감독은 인천 출신으로 프로 시작은 현대 유니콘스에서 했다. 그러나 삼성에서도 오랜 시간 몸담고 있다. 선수로 6년, 지도자로 8년째다. ‘삼성맨’이다. 에버랜드라는 단어가 나오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당연히 모기업에서도 흐뭇하게 봤을 장면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