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감독 남기일’은 중국 무대에서 또다시 성장하고 있다.

2024시즌 중국 슈퍼리그의 허난FC 지휘봉을 잡은 남기일(50) 감독은 새 무대에 안정적으로 정착했다. 대표적인 저예산 구단인 허난은 남 감독 지도 아래 16팀 중 8위에 자리하며 안정적으로 잔류 목표를 달성했다. 지난 9월에는 서정원 감독의 청두 룽청을 2-0 격파했고, 마지막 경기에서는 강호 베이징 궈안 원정에서 무승부를 거두는 등 완성도 높은 축구를 구사했다.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며 ‘감독의 무덤’ 중국에서 임기 1년 차를 무사히 마친 남 감독은 “재미있는 경험이었다”라며 올해를 돌아봤다.

위기도 있었다. 개막 후 6경기에서 승리가 없었고, 4~5월에는 5연패의 늪에 빠지기도 했다. 스쿼드의 질도 문제였지만, 남 감독 개인도 처음 겪는 중국 무대에 원활하게 적응하지 못했다.

남 감독은 “짐을 몇 번이나 싸고 풀었는지 모르겠다”라며 웃은 뒤 “한국으로 돌아가야 말아야 하나 고민을 구체적으로 하기도 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아무래도 문화 차이가 컸던 것 같다.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니 내가 원하는 지시 사항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어려웠다”라고 돌아봤다.

감독으로서, 개인으로서 새 문화에 적응하는 과정도 필요했다. 남 감독은 “술 문화 차이가 컸다. 중국에서는 술을 마셔야 형제가 된다고 한다. 50도가 넘는 독주를 마셔야만 했다”라면서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도와줬다. 지금은 매니저 일을 하는 중국 코치도 그렇고 이순석, 방대종 두 코치도 잘 도와줬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최강희 감독님의 조언도 도움이 많이 됐다. 맞대결을 앞두고 ‘중국은 힘든 곳이니 어떻게든 잘 버티라’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 말을 듣고 용기와 힘이 났다”라며 산둥 타이산을 이끄는 최강희 감독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K리그에서 10년간 쉬지 않고 일한 남 감독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허난을 강팀으로 만들었다. 남 감독은 “정확한 문제 진단이 있기 때문에 개선이 가능했다. 선수들과 미팅을 정말 많이 했다. 그룹으로도 하고 개인으로도 했다. 이해시키고 왜 해야 하는지를 설득했다. 그렇게 하니 서서히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마지막엔 선수들이 나와 코칭스태프를 신뢰하는 것을 확실하게 느꼈다”라고 설명했다.

남 감독을 보는 허난 팬의 시선에도 변화가 생겼다. 남 감독은 “처음에는 욕도 많이 먹었다. 중국어를 못 알아듣지만 그래도 뭐라고 하는지 알겠더라”라면서 “하지만 마지막엔 정말 많은 응원을 받았다. 베이징 원정은 감동적이었다. 많은 팬의 지지를 받으면서 보람을 크게 느꼈다”라고 회상했다.

지도자로서 변화도 찾아왔다. 확고한 철학으로 고집스러운 캐릭터를 구축했던 남 감독은 K리그 시절 오해 아닌 오해를 받기도 했다. 선수와 갈등을 불사하는 스타일이라는 부정적 평가도 있었다.

남 감독은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나온 뒤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선수를 너무 개조하려는 지도자가 아니었나 돌아보게 됐다”라면서 “그래서 중국에서는 선수들을 대할 때 개조시키려 하지 않았다. 대신 역할을 명확하게 부여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소통을 많이 하면서 조금 더 선수를 이해하게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남 감독은 지도자로서 한 단계 도약했다. 남 감독은 “K리그에서 10년을 일하면서 나름대로 커리어를 쌓았다고 생각했다. 늘 발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자부하지만 어느 순간 정체되어 있던 것도 사실인 것 같다”라면서 “마침 딱 좋은 타이밍에 중국에 온 것 같다. 초심을 생각하게 됐고, 감독으로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벌써 2025년이 기대가 된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