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사명이라기보다는 여기(부산) 마약 문제가 좀 심각하네.” (‘열혈사제2’ 김남길)

“지검장이 엮인 거 같습니다. 아무리 증거가 확실해도 중앙지검으로 가면 뭉개버릴 거예요.”(‘강남 비-사이드’ 조우진)

드라마는 시대를 환기한다. ‘K-금기’에 가까웠던 마약 소재가 올해 드라마에 전면으로 등장했다. 과거엔 마약이 조직 폭력배가 세를 불리는 도구에 그쳤다. 최근엔 마약이 일상에 스며드는 장면에서부터 검경 연루 문제까지 디테일하게 그려내고 있다.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마약 소탕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출범 3년 차에도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것에 대한 현실 반영이란 지적도 나온다.

SBS ‘열혈사제’는 사제 김해일(김남길 분)을 필두로 검사 박경선(이하늬 분), 경찰 구대영(김성균 분) 등이 범죄를 소탕하는 이야기다. 시즌 1은 신부 김해일을 둘러싼 사적 사건에 집중했다면, 시즌 2에서는 마약 소탕으로 소재를 좁혔다.

지역도 부산으로 특정했다. 부산 우마구(가칭)에 마약 조직 보스들이 어느 날 실종됐다. 마약 청정 지역이 됐다는 것에 수상함을 느껴 잠입한다. 부산 마약 조직 리더 김홍식(성준 분)과 부산지검 검사 남두헌(서현우 분) 관계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부산지검으로 내려간 검사 오경선과 부산경찰청 구자영 형사(김형서 분)가 비리를 하나씩 추적하면서 사건 실체가 드러난다.

디즈니+ 8부작 드라마 ‘강남 비-사이드’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2018년 클럽 버닝썬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드라마는 다소 자극적이다. 아이돌 스타 노준서(정가람 분)가 클럽 에이스를 놓고 이벤트 벌이면서 생기는 문제를 다룬다. 살인과 시체 처리까지 다룬다. 스너프 필름(강간·살인 촬영)까지 카메라에 담아냈다. 가출팸을 만들어 배회하는 가출 청소년 이야기에서부터 클럽MD 이야기까지 촘촘하게 담아냈다. 실제 강남 콜기사로 6개월간 일한 주완규 작가 체험기가 담겨 리얼리티를 더했다.

이 드라마에서도 검경은 사건을 무마하는 적극적인 주체로 나온다. 서울강남서 경감 강동우(조우진 분)와 서울 중앙지검 검사 민서진(하윤경 분)은 중앙지검장 탁주일(정만호 분)과 서울경찰청 총경 주윤(김도현 분)의 방해로 사건 실체를 밝히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앞서 SBS 드라마 ‘커넥션’에선 마약에 중독된 형사 장재경(지성 분)과 마약 유통책이 된 검사 박태진(권율 분) 이야기를 그려냈다. 심지어 시대극인 ‘정년이’ 매란국극단 문옥경(정은채 분)이 아편에 손댄 과거까지 묘사했다.

이렇게 마약 소재가 드라마에 전면으로 나오게 된 건 최근 드라마가 영향력이 커지면서 생긴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 때문에 마약 소재를 다루는 제작진 주의도 함께 요구된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국어국문학과)는 “마약은 영화에서 주로 다루던 소재다. 드라마가 센 얘기를 찾다 보니 나온 현상이다. 마약이 우리 사회 만연한 점도 올해 마약 소재 드라마가 많이 나온 이유”라며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한 묘사도 필요한 부분이겠으나, 목적성 문제를 인지해야 한다. 노이즈 마케팅으로 치우치지 않게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