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로컬맨’ 정경호 강원FC 감독은 착실하게 단계를 거친 지도자다. K리그에서 보기 드문 캐릭터라 도전에 관심이 쏠린다.

강원은 지난 6일 윤정환 감독 후임으로 정 감독을 선임했다. 잘 알려진 대로 윤 감독과는 연봉 차이에서 큰 이견이 발생하면서, 강원은 수석코치였던 정 감독을 승진시키기로 했다.

정 감독은 K리그에서 ‘브레인’, ‘전략가’ 등으로 통한다. 전술적인 역량이 탁월할 뿐 아니라 선수들을 이끄는 리더십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감독은 ‘성골 강원맨’이다. 강원도 삼척 출신으로 성덕초, 주문진중, 강릉상고(현 강릉제일고)를 졸업했다. 2009년 강원의 창단 멤버로 합류해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했다. 지난 2023년 정 감독은 강등 위기에 놓인 강원에 수석코치로 돌아왔다. 윤 감독을 보좌해 잔류를 견인했고, 올해에는 준우승 돌풍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지도자로서 능력이 충분하고, 강원을 대표하는 축구인이라 구단 내부는 물론이고 지역 내 축구인들도 정 감독의 사령탑 승진 의견을 적극적으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 감독의 도전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또 있다. 그가 K리그에서 몇 안 되는 유형의 젊은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최근 축구계의 가장 큰 고민, 문제 중 하나가 ‘코치 기근 현상’이다. 은퇴 시기가 늦어지는 데다 축구화를 벗은 뒤에서 지도자를 하지 않는 스타가 많다. 지도자가 주는 스트레스 때문에 아예 시작도 안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일부는 감독 꿈을 꾸지만 바닥부터 시작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코치로서 밑에서부터 고생은 하지 않고 높은 곳만 바라보는 스타플레이어 출신도 많다. 당장 이런 케이스로 실패를 맛본 감독도 적지 않다. ‘경험’의 중요성을 괄시한 결과다.

정 감독은 다르다. 지난 2012년 대전에서 은퇴한 후 정 감독은 2014년 울산대 코치로 시작해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16년 성남FC에서 2군 코치로 시작해 상주 상무, 성남, 강원을 거쳐 무려 9년간 K리그 바닥에서 쉬지 않고 일했다. 성공과 실패 등 다양한 경험을 쌓은 끝에 사령탑에 오른 만큼 기대되는 부분이 많다.

비슷한 케이스로는 광주FC 이정효 감독이 있다. 이 감독도 K리그에서 코치로만 7년을 일한 끝에 광주 사령탑에 올라 지금은 한국 최고 수준의 지도자로 성장했다. 기질이나 역량, 경력 등을 고려할 때 정 감독도 이 감독처럼 돌풍을 일으킬 지도자로 클 것이라 기대할 만하다.

마냥 쉽지만은 않은 도전이 될 전망이다. 올해 준우승 주역 양민혁은 잉글랜드로 떠났고, 정 감독이 포지션을 바꿔 국가대표까지 된 황문기는 병역 문제로 인해 자리를 비운다. 스쿼드는 약해지는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까지 병행해야 한다.

게다가 2인자와 1인자는 엄연히 다르다. 역할도, 책임도 차이가 크다. 조력자로서는 최고의 기량을 선보였지만 정 감독은 이제 1인자가 되어 모든 책임을 지고 팀을 이끌어야 한다.

2025시즌 강원과 정 감독의 항해에 시선이 쏠리는 배경이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