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컴컴하다. 말소리보단 적막이 더 길다. 한 컷 한 신 모두 주욱 늘렸다. 인물소개로 너무 많은 시간을 썼다. 그러나 누가 사람이고 누가 귀신인지 분명하지 않다. 파편적인 이야기가 툭툭 튀어나온다. 이해하기 어렵다. 엄청난 몰입이 필요하다. 지난 4일 첫 공개된 디즈니+ ‘조명가게’는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

영상물임에도 웹툰의 방식을 거의 그대로 따왔다. 24시간 운영되는 조명가게를 지키는 원영(주지훈 분)을 비롯해 각종 인물을 이미지적으로 소개하는 형태다. 망자와 산자가 동시다발적으로 나오는데, 구분 짓기 어렵다. 상황이 정리되지 않는다. 장면만 따라가다 집중력을 잃고 만다.

신마다 첫 풀샷이 매우 길다. 배경과 분위기를 전달하는 데는 용이하나, 늘어지는 감을 지울 수 없다. 사건도 드문드문 발생했다. 대사는 너무 적다. 직관적이지 않다. 이야기가 나아가는 속도도 너무 느리다. 답답함이 느껴진다.

세계관을 전달하는 데만 무려 4회차를 썼다. 인물 서사를 지나치게 축약했다. 매우 불친절하다. 5회가 돼서야 서사가 나온다. 허리가 끊어진 현민(엄태구 분) 이상한 존재와 얽히는 현주(신은수 분)과 그의 엄마 유희(이정은 분), 정체 모를 존재가 붙어있는 선해(김민하 분), 물을 쏟으면서 사는 버스 기사 승원(박혁권 분) 등의 과거가 나왔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템포는 다시 느려지고, 이야기는 복잡해진다.

‘무빙’(2023)을 집필한 강풀 작가의 두 번째 디즈니+ 작품이다. 배우 김희원이 첫 연출을 맡았다. 호화 라인업을 갖춰 기대가 컸다. 실제로 배우들의 연기는 빈틈이 없다. 색다른 미장센도 강점이다. 결국 속도가 발목을 잡는다. 원작 팬이 아니면 ‘끓는 점’을 못 찾을 수 있다.

웹툰을 그대로 빌리는 방식이 아닌, 영상에 어울리는 새로운 구성이었다면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공들인 지점이 분명 느껴져 더 큰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그 정성을 오롯이 즐기기에 한계가 너무 뚜렷하다. 마지막회까지 다다르기 너무 어렵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