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기록만 봤을 땐 ‘왜?’ 싶었다. 부상 회복 후 재기의 칼을 갈고 있는 황대인(28)도 있고 ‘젊은 거포’ 변우혁(24·이상 KIA)도 있다. 절실하게 야구하는 이우성(30)도 경쟁력을 보였다. 숫자만 보면, 이들과 비슷한 느낌이다.
KIA가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와 이별하고 오른손 타자 패트릭 위즈덤(33)을 데려온다. 메디컬체크에서 이상 없으면, KBO리그 통산 12차례 우승을 차지한 명문구단에 합류한다.
미국과 일본의 여러 매체가 “메이저리그에서 3연속시즌 20홈런 이상 때려낸 위즈덤이 KIA와 계약했다”고 전했다. 그가 뛰던 멕시코 태평양리그 나랑헤로스 데 에르모시요도 홈페이지를 통해 “위즈덤이 KBO리그 팀과 계약해 올해 윈터리그 참가 명단에서 제외했다”고 공지했다.
2018년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전체 52순위로 세인트루이스 지명을 받은 위즈덤은 빅리그에서 7시즌을 뛰었다. 455경기에서 88홈런 207타점을 기록했는데, 장타율(0.459)이 준수하다. 그러나 타율 0.209, 출루율 0.291에 불과해 선구안이 나쁜 선수라는 평가도 있다.
재미있는 점은 마이너리그 성적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11시즌동안 878경기를 소화했는데, 138홈런 499타점 타율 0.245다. 439경기에 출장한 트리플A 성적(7시즌)은 89홈런 277타점 타율 0.253였다. 출루율 0.333에 장타율 0.487로 OPS는 0.820이다. 트리플A와 메이저리그에서 894경기를 소화했고, 177홈런 484타점이면 꽤 훌륭한 성적이다.
빅리그 성적만으로는 물음표가 따르지만, 누적 스탯을 살펴보면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타격 영상을 살펴봤더니, 강점이 확실하다. 약점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가 아니라 강점을 유지할 방법을 찾으면, 타이거즈의 2연패 도전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배트 스피드가 빠르다. 풀히터이지만, 임팩트 이후 폴로스루가 짧다. 임팩트 순간 오른발이 뒤로 살짝 빠지는데, 공중에 뜨는 모습이 보인다. 바깥쪽 공을 밀어치지 못하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헤드가 떨어지지 않는 강점이 있다. 오른발이 살짝 뜨는데 뒤로 빠진다는 건, 그만큼 벽을 견고하게 쌓고 골반의 가용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의미다.
회전반경이 넓고 빠른데다 손목힘이 좋으니 ‘스윙을 하다가 만 것 같다’는 그림이어도 비거리 손실이 적다. 상대 배터리에 ‘맞으면 넘어간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만큼 무서운 타자도 없다. 김도영 나성범에 최형우 이우성 등이 버티는 타선이라면, 반사이익을 누릴 수도 있다.
또 하나. 빅리그나 트리플A급 투수가 KBO리그에 얼마나 있느냐다. 위즈덤은 떨어지는 오프 스피드 피치, 휘어나가면서 크게 떨어지는 브레이킹볼, 바깥쪽으로 크게 돌아나가는 슬라이더 공략이 어려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구종을 원하는 코스에 자유자재로 던질 수 있는 KBO리그 투수가 몇 명인지를 떠올려보면, 계산은 단순하다.
시속 160㎞짜리 속구도 쉽게 담장 밖으로 걷어낼 수 있는 타자다. 예리하게 제구하지 않으면, 결정적일 때 한 방 맞고 흐름을 내줄 수 있다는 뜻이다. ABS(자동 볼판정 시스템) 도입으로 KBO리그 스트라이크존은 대체로 일관적이다. ‘영리한’ 외국인 타자라면, 이른바 KBO리그만의 S존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리그 투수력 수준이 트리플A 평균보다 떨어진다면, 모험을 걸어볼 만한 타자다. 빅리그에서도 3루 수비를 소화했으므로 김도영의 체력안배도 가능하다. 약점이 매우 뚜렷해 보이지만, 강점도 확실하다. 공갈이어도 확실한 ‘포’가 타선에 있고 없고는 상대에게 주는 압박감 차가 크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나쁘지 않아 보인다. 코치진이 위즈덤의 강점을 어떻게 살리느냐의 문제만 남아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