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진업 기자] 음주 운전 뺑소니로 사망 사고를 내고 시신까지 유기했던 배우 조형기가 방송에 나오지 못하는 이유를 나이 탓으로 돌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한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영상에서 조형기는 ‘탤런트 연우회’의 송년회 행사에 초대돼 무대에 올랐다. ‘탤런트 연우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탤런트, 성우, 무술연기자, 연극배우, 코메디언, 모델, 가수로 구성된 연예인 단체로 소개돼 있다.

조형기는 인사말을 하면서 “와 보니까 작년보다는 올해 분위기가 나은 것 같다”며 “텔레비전에 나올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그러신 분들이 많이 각광받지 못해도 늘 이 자리에서 이게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기죽지 않고 열심히 하는 모습 너무 보기 좋고 감동”이라며 회원들을 응원했다.

이어 조형기는 “우리 동요 중에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그런 노래가 있는데, 이제는 동요가 아니라 우리들의 노래가 된 것 같다”고 회원들에 공감하며 방송 출연의 희망을 밝혔다.

또 조형기는 “근데 이 XX할 XX들이 애들 프로그램밖에 안 만든다”고 말한 뒤 과거 시대 요직들의 나이를 들며 “영의정이 보통 50세 먹은 놈이 한다. 그러면 그 밑에서 조형기가 정2품을 하겠냐, 정3품을 하겠냐. 그러면 자연히 까이는 것”이라고 자신이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는 것을 나이 탓으로 돌렸다.

끝으로 조형기는 “여러분 내년에도 건강하시고, 내년에는 (작품) 소재가 다양해져서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이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인사말을 마무리한 뒤 노래를 불렀다.

뒤늦게 해당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비난 일색의 댓글을 달고 있다. 조형기가 음주 운전으로 사망 사고를 내고도 시신을 유기까지 한 범죄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조형기는 1991년 8월 4일 오후 7시 50분쯤 술에 취한 채 강원도 정선 북평면 방면 42번 국도에서 시속 약 80㎞로 운전하다 32세 여성을 차로 쳐 숨지게 했다.

이후 숨진 여성을 사고 현장에서 약 12m 떨어진 수풀에 유기한 조형기는 다시 차에 탑승해 잠이 들었다. 약 7시간 뒤, 경찰에 체포된 조형기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 차량)으로 기소됐다. 당시 조형기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치를 한참 넘는 0.26%였다.

1심은 징역 3년, 2심은 징역 5년이 선고됐고 전관 변호사를 선임하고 진행된 대법원 이후 판결에서는 징역 2년에 집행유에 3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조형기는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보도가 되지 않았고 당시가 1990년대 초반이라 인터넷가 활성화 되던 시기라 사건 자체가 널리 알려지지가 않았다. 심지어는 1993년 3월 파기환송심에 따라 집행유예를 받으며 출소한 뒤 1개월도 되자 않아 곧바로 MBC 드라마로 연기에 복귀했다. 그 이후 다양한 드라마에서 감초 같은 역할로 자주 출연하면서 친근한 이미지를 쌓았다.

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인터넷을 통한 조형기의 과거 범죄 이력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2010년에는 퇴출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결국 조형기는 2017년 MBN의 <황금알>을 끝으로 방송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과거 사건으로 인해 퇴출당한 셈이다.

조형기가 참석한 모임의 성격 상 원로 연예인들을 응원하기 위한 발언일 수 있지만 과거 범죄로 인해 방송에서 퇴출당한 자신이 나이 탓을 하는 것에 누리꾼들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upandup@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