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 ‘무임승차’ 프레임의 허구…올리버쌤 발언과 통계의 간극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한국어로 소통하는, 그리고 한국인과 결혼한 유튜버 올리버쌤을 둘러싼 ‘한국 의료 무임승차’ 논란은 발언의 맥락과 제도적 사실을 동시에 놓친 데서 출발한다. 문제의 핵심은 한국 의료가 아니라, 미국 의료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다.
올리버쌤은 최근 영상에서 미국 텍사스 생활의 어려움을 설명하며 세금, 주택 보험, 자연재해, 교육 환경과 함께 의료 시스템을 언급했다. 특히 가족의 실제 사례를 들어 주치의 중심 구조, 긴 대기 시간, 높은 보험료 대비 낮은 체감 의료 서비스에 대한 불신을 토로했다. 이는 미국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짚은 발언이다. 게다가 올리버쌤은 꾸준히 미국사회와 제도에 대한 비판의식을 가감없이 표현해왔다.
그러나 일부 보도와 온라인 반응은 이를 한국행 결정, 나아가 ‘한국 의료 무임승차’로 연결했다. 이에 대해 올리버쌤은 “구체적인 행방 결정을 내린 적도 한국을 언급한 적도 없다”며 “저희 가족이 한국의 의료시스템을 무임 승차하겠다는 것처럼 오해를 빚고 있다”고 직접 해명했다.

이 지점에서 ‘무임승차’ 프레임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한국의 건강보험 제도상, 외국인은 체류 자격과 요건을 충족해야 가입이 가능하며, 소득이 발생할 경우 내국인과 동일하게 보험료를 납부한다. 한국에서 일하고 세금을 내며 보험료를 낸 외국인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 것은 제도에 따른 권리다.
더 나아가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은 구조적으로 흑자를 기록해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2017년부터 2024년까지 연속 흑자를 유지했다. 2024년에는 재외국민을 제외한 순수 외국인 기준으로 9439억 원 흑자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전체 외국인 기준 누적 흑자 역시 2017년부터 2023년까지 3조 2377억 원에 달한다. 2023년 한 해만 보더라도 전체 외국인 재정수지는 7403억 원 흑자였다. ‘외국인이 한국 의료 재정을 잠식한다’는 통념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국적별로 논란이 잦았던 중국 국적 가입자 재정수지 역시 변화가 있었다. 2018년과 2019년 적자를 기록했던 중국 국적 재정수지는 2023년 27억 원 적자에 이어 2024년에는 55억 원 흑자로 전환됐다. 이는 제도 개선의 직접적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로 정부는 2019년 7월 외국인 건강보험 의무가입을 시행했고, 2024년 4월에는 피부양자 6개월 거주 요건을 강화했다. 같은 해 5월부터는 요양기관에서 본인 확인과 자격 확인 의무화가 시행되며 제도적 허점도 상당 부분 보완됐다. 그 결과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은 안정적 흑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올리버쌤 논란은 두 가지를 혼동한 데서 비롯됐다. 하나는 미국 의료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한국 의료 문제로 전치한 해석이고, 다른 하나는 외국인 건강보험에 대한 통계와 제도 현실을 무시한 ‘무임승차’ 프레임이다.
올리버쌤의 발언은 한국 의료를 이용하겠다는 선언이 아니었고, 설령 한국에서 의료보험을 이용한다 하더라도 이는 보험료를 납부한 가입자의 정당한 권리다.
미국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말한 개인의 경험이, 한국 의료 무임승차라는 전혀 다른 논쟁으로 비화한 상황에서 필요한 건 사실에 기반한 구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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