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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고진현 선임기자]28세의 동갑내기 친구는 시즌 첫 그랜드슬램대회인 호주오픈에서 늘 희비가 엇갈렸다. 한 명에게 호주오픈은 에너지가 절로 샘솟는 축복의 대회였고,다른 한 명에겐 짙은 아쉬움만 남는 회한의 대회였다. 올해도 그랬다. 지난해와 같이 네트를 사이에 두고 결승에서 맞붙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디펜딩챔피언인 세계 랭킹 1위의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가 2016 호주오픈에서 ‘무결점 테니스’로 세계랭킹 2위의 앤디 머리(영국)를 꺾고 통산 6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조코비치는 31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남자단식 결승에서 머리를 3-0(6-1 7-5 7-6<3>)으로 돌려 세우며 환호성을 질렀다. 우승 상금 340만 호주 달러(약 29억원)를 받은 조코비치는 호주오픈에서만 6차례 우승해 로이 에머슨(호주)의 대회 최다우승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프로 선수들의 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로는 조코비치가 유일하게 호주오픈을 6번 우승했다. 조코비치의 그랜드슬램 우승컵은 모두 11개로 늘어났다. 호주오픈 6회를 비롯해 윔블던 2회,그리고 US오픈 2회 등 그랜드슬램 대회 통산 11회 우승을 달성한 조코비치는 앞으로 프랑스오픈만 거머쥐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지난해 프랑스오픈을 제외한 3개의 메이저대회를 싹쓸이한 조코비치는 올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 정상에 또 다시 올라 세계 남자테니스계에 독주시대를 예고했다. 반면 머리는 호주오픈 징크스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2년연속 결승에서 조코비치에 무너진 머리는 호주오픈 결승전에서만 5전전패를 당하는 치욕에 시달렸다.
예리한 눈,빠른 발,간결한 스윙속에서 한 순간 폭발하는 파워. 여기에 그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정신력과 볼 하나 하나에 혼을 불어넣는 몰입과 집중력은 조코비치의 업그레이드된 ‘무결점 테니스’의 전형을 보여주고도 남았다. 폭발적인 서비스를 자랑하는 머리는 조코비치의 정교한 리턴과 코트 구석구석을 찌르는 그의 핀포인트 스트로크에 역부족을 절감하며 무릎을 꿇었다.
1세트를 6-1로 따내 기선을 제압한 조코비치는 2세트에선 다소 고전했지만 침착하게 위기를 벗어났다. 게임스코어 5-5에서 머리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에 성공하는 집중력을 보인 끝에 세트 스코어 2-0으로 달아났다. 머리는 3세트 타이브레이크까지 승부를 몰고 갔으나 타이브레이크에서만 더블폴트를 두 차례 저지르며 무너졌다.
지난 시즌 메이저대회 3승을 포함해 시즌 통산 11번의 우승으로 자신의 커리어하이를 기록한 조코비치는 올 시즌도 순항을 예고했다. 새해 첫 대회로 열린 카타르 도하 엑손 모바일오픈에서 나달을 꺾고 시즌 첫 마수걸이 우승을 따낸 데 이어 시즌 첫 그랜드슬램대회인 호주오픈에서도 우승컵을 품에 안아 남자 테니스에 마침내 자신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온 몸으로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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