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박명수
K리그 클래식 인천의 산하 유스팀인 대건고 시절의 박명수. 제공 | 인천유나이티드

[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K리그 시도민구단에서도 유스시스템을 통해 성장한 유망주가 유럽에 진출하는 사례가 만들어졌다. 인천 산하 유스팀에서 실력을 쌓은 수비수 박명수(19)가 독일 분데스리가 2부리그의 뉘른베르크로 임대 이적한다. 박명수는 “솔직히 못가게 될 줄 알았다”고 웃으면서 “많은 선수들이 해외진출을 꿈꾼다. 그 꿈을 이루게 되서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명수는 15세 시절부터 16세 이하(U-17) 대표팀에 속할 정도로 주목을 받아왔다. 지난 2014년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챔피언십에 나서 준우승을 차지해 2015년 칠레에서 열렸던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본선에도 출전했다. 왼발을 잘 쓰는 왼쪽 수비수로 대표팀에서 중용돼 왔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이 포르투갈에서 전지훈련을 치르고 있는데 박명수는 이번 전훈 명단에 들지 못했다. 인천 구단과 함께 태국 부리람에서 동계 전지훈련을 치르던 도중 독일행이 결정됐다. 지난 2일 서둘러 귀국했던 그는 숨돌릴 틈 없이 4일 오후 독일로 향할 예정이다.

인천 박명수
K리그 클래식 인천의 산하 유스팀에서 성장한 박명수는 U-16 대표팀을 거쳐 U-17 대표팀의 주축선수로 활약해왔다. 제공 | 인천유나이티드

태국에서 귀국 준비를 하던 그는 스포츠서울과 전화통화에서 “걱정은 조금 되지만 겁이 나지는 않는다. 제가 해왔던 대로 해낸다면 유럽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지만 새로운 무대에 대한 두려움이나 긴장감보다는 승부욕과 자신감이 느껴졌다. “뉘른베르크에서는 제가 용병이지 않겠나. 유럽 선수들의 텃세라든지 동양인에 대한 선입견 등으로 인해 불리한 점도 있을 것이다. 언어로 인한 어려움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제가 그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실력을 보인다면 해결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이어 “측면 수비수의 공격가담과 빌드업 능력이 중요시 되고 있다. 스피드와 공격가담, 크로스 등에 자신이 있다. 뉘른베르크에서도 제가 가진 그런 장점을 본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인천 구단 관계자가 “몸도 마음도 단단한 선수”라고 소개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가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 중에는 U-17 대표팀에서 함께 뛰어온 이승우와 장결희, 두 바르셀로나 친구들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 박명수는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친구들은 어린 시절 해외에 나가 이미 적응을 잘 마친 상태다. 그 친구들과 함께 훈련해보면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기에 투입되면 팀의 색깔을 바꿔놓을 정도의 실력이 있는 친구들이다. 그들을 보면서 나도 저런 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면서 “(이)승우가 ‘자신있게 하면 된다’면서 조언을 많이 해줬다”고 말했다.

인천 박명수
K리그 클래식 인천 구단은 유스시스템을 통해 성장시킨 박명수를 올해 프로팀으로 불러들였다. 제공 | 인천유나이티드

인천 구단이 유소년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박명수는 그 결실에 해당하는 선수다. 올해 프로팀에 입단한 이정빈과 김진야 등 최근 몇 년사이 촉망받는 유망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박명수는 인천 U-15팀인 광성중과 U-18팀인 대건고를 거쳐 올해 프로팀에 정식 입단했다. 인천의 레전드 선수 출신인 임중용 현 인천 코치가 대건고 감독시절 박명수의 성장세에 촉매제 역할을 했다. 지도자와 선수 모두 구단과 함께 성장하면서 실력을 쌓고 역량을 발휘하는 선순환구조의 좋은 사례로 평가받을만하다. 박명수는 “인천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축구를 했다. 저를 축구선수로 길러주고, 프로선수로 성장시켜준 곳이 인천 구단”이라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면서 “인천 구단에 도움이 되진 못했지만 독일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과 인천 구단에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명수의 임대기간은 길지 않다. 시즌이 종료되는 오는 6월까지 한시적으로 뉘른베르크 소속 선수 신분이 된다. 박명수는 “독일에 가서 오래있고 싶다. 독일에서 좋은 모습으로 자리를 잡고 더 큰 무대로 진출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중용 코치님이 독일 경험을 토대로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면서 단단한 각오를 밝혔다. “축구 선진국의 환경이나 해외 리그에 대한 경험, 배움 등도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좋은 경험을 하러 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동양인도 축구 잘한다. 한국 축구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뉘른베르크가 어떤 축구를 하고 있는지 등을 공부하고 갈 생각이다.” 또 한 명의 유럽진출 성공사례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앞으로의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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