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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KIA 새 외국인 선수 로저 버나디나(33)가 서서히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개막 초반 극심한 부진에도 “시간을 주면 좋아질 것”이라고 신뢰를 보인 김기태 감독도 흐뭇한 미소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
올시즌을 앞두고 85만불(약 9억 7000만원)에 계약을 맺은 버나디다는 팀의 숙원인 리드오프 고민을 해결할 적임자로 평가됐다. 지난해까지 주전 중견수로 활약하던 김호령의 성장세가 한풀 꺾인 상황이라 조정기간을 거쳐 붙박이 중견수로 성장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수비와 주루플레이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톱 클래스로 평가받은 만큼 KBO리그 투수들과 낯선 스트라이크존 적응이 관건으로 남았다. 버나디나는 “한국생활과 KBO리그에 적응하는 데 가장 큰 신경을 쓰고 있다. 그라운드 분위기, 응원 분위기에 점차 익숙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개막시리즈에서 16타수 2안타 타율 0.125로 극심한 부진을 겪은 버나디나는 지난 4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SK와 홈 개막전에서 조정기간을 가졌고 5일 경기도 비로 취소돼 개인훈련 시간을 벌었다. 김 감독은 “본인 스스로 적응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20경기 이상 지켜봐야 결과가 나오지 않겠는가. 시간을 두고 조금 더 지켜보자”며 그를 감쌌다. 남다른 수비 실력과 주루 능력만으로도 활용가치가 충분하다는 덕담이 따라 붙었다. 김 감독의 신뢰는 곧바로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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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광주 SK전에서 첫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때려내더니 9일 광주 한화전에서는 역전 결승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버나디나는 “영상을 보면서 스윙 문제점 개선에 노력했던 게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타격훈련 때 리듬을 타며 이런 저런 시도를 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박흥식, 쇼다 코우조 타격코치와 심도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뒷 스윙을 짧게 하는데 주력했다. 버나디나는 “타격감이 향상되고 있다. 이 전에는 스윙이 길게 나오는 바람에 공을 따라다니는 모습이 나왔다”고 진단했다.
투수가 던진 공을 차분히 불러들여 짧고 빠르게 배트를 히팅포인트까지 내미는 게 중요하다. 버나디나는 “스윙을 짧게 하면서 공을 오래 보고 잘 콘택트하는 법을 집중해서 훈련하고 있다. 그 결과가 홈런으로 이어졌다”고 자평했다. 자신의 문제점을 명확히 짚어내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어릴 때부터 즐기듯 야구하면서 양질의 타구, 안정된 수비를 갖추려면 어떻게 훈련해야 하는지 스스로 느끼는 것이 버나디나의 고향인 네덜란드령 퀴라소섬의 야구 문화다. 코칭스태프의 원포인트 조언을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승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비교적 단기간에 자기 색깔을 찾은 버나디나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