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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으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기까지 국내 체육인도 순풍 구실을 했다. 특히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계 ‘빅 네임’들이 일찌감치 문 대통령을 지지하며 인기몰이에 힘을 보탰다. 지난달 초 호남 야구의 전설로 불리는 김성한 전 기아 감독을 비롯해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 김용철 전 롯데 감독 등이 연달아 ‘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광주에서 과거 해태 유니폼, 부산에서 롯데 유니폼을 입은 적이 있고 창원에서 메이저리그 못지않은 야구장을 선물하겠다는 등 야구 공약을 내건 적이 있다. 그는 야구명문 경남고 출신의 야구광이다. 경희대 재학 시절엔 교내 학년 대항 야구대회에서 주장을 맡은 적이 있고 부산에서 변호사로 활동했을 때도 고(故) 최동원이 선수협의회 결성을 주도할 때 법률자문으로 활약한 적이 있다.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야구와 남다른 인연으로 더 친근한 이미지를 쌓는 데 긍정적인 효력을 봤다.
문 대통령 지지에 체육인이 본격적으로 나선 건 지난달 11일. 체육인 2000여명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체육인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결의대회를 열었다. 수영 아시안게임 5관왕인 최윤희 한국여성스포츠회 회장과 핸드볼 올림픽 금메달리스티인 임오경 서울시청 감독, 농구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박찬순 전 대표팀 감독 등 유명 체육인이 참석했다. 이어 지난 1일 최대 규모인 1만 명이 문 대통령 지지 선언 선포식을 국회 정론관에서 열었다. 김경수 대한축구협회 중등연맹 회장과 궉채이 인라인스케이트 전 국가대표, 조해리 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등이 참석했다. 이 밖에 수영 국가대표 박태환과 테니스 전 국가대표 이형택 조윤정 등도 지지 의사를 밝혔으며 대전체육인 200명, 경남 체육인 42명 등 전국 생활체육인도 모두 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또 ‘알파고’와의 대결로 유명한 바둑기사 이세돌 9단도 찬조연설에 나와 “문 후보를 대한민국이라는 바둑 판에 ‘신의 한수’로 둬야 할 때”라며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어느 때보다 대규모 체육인이 문 대통령을 지지한 건 박근혜 정부를 추락시킨 국정 농단 사태가 체육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최순실 게이트’라는 씨앗에서 불거진 국정농단은 일선에서 궂은 일을 마다치 않으며 체육 발전에 애써온 체육인의 분노를 극에 달하게 했다. 이번 대선이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만큼 적폐 청산에 대한 촛불 민심이 체육계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공정성 회복을 외친 문 대통령에게 기대가 쏠렸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 첫 번째로 ‘적폐청산특별조사위원회’ 설치를 약속한 적이 있다. 이들 모두 깨끗하고 공정한 경쟁이 본질인 체육계가 권력의 사익 추구 수단으로 추락하고 신뢰가 바닥으로 내려간 가운데 문 대통령이 이를 말끔하게 청산해주리라는 바람을 담았다. 문 대통령은 공정한 스포츠 생태계 조성과 체육 단체 자율성 보장을 체육 관련 공약으로 내걸었다. 엘리트와 생활체육 단체 통합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지나친 개입을 줄이고 공정한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또 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가 올 초부터 적용한 ‘직전 2개 학기 평균 학점 C제로 미만 선수 경기 출전 금지’ 조항처럼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더욱 장려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이밖에 지역 단위 공공스포츠클럽도입, 생활체육 시설 주민 개방 등 국내 스포츠 시장 활성화를 위한 지원도 체육인이 문재인 정부에 바라는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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