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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이 있다. 근본에 맞는 결과가 뒤따른다는 의미의 속담이다. 올해 K리그 클래식 결과가 꼭 그랬다. 선수 영입에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구단은 11월에 미소지을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던 구단은 강등권 싸움에 허덕였다. 투자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시즌이었다. 축구공은 둥글다. 그래서 약팀이 강팀을 이기는 경우도 적지 않게 나온다. 그러나 1년 동안 긴 시즌을 치르면서 약팀이 강팀을 계속 이길 순 없다.
K리그의 한 고위관계자는 “시즌이 끝났으니 순위표를 위에서부터 아래로 훑어보라. 돈을 쓴 순서대로 순위가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2년 만에 정상 탈환에 성공한 전북과 7년 만에 준우승을 이룬 제주다. 지난 2009년부터 스쿼드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선 전북은 지난 겨울에도 이종호와 김창수, 최규백을 내주고 이용과 이재성(수비수)를 데려오는 대형 트레이트를 성공시키더니, 취약 포지션인 레프트백을 메우기 위해 15억원의 이적료를 들여 독일 호펜하임 소속의 김진수를 영입했다. 대형 신인 김민재도 확보했다. 이들이 이동국과 에두, 김신욱, 이승기, 이재성(미드필더) 등 매년 차곡차곡 확보해놨던 기존 멤버들과 어우러지면서 기대대로 우승을 일궈냈다.
제주 역시 최강희 전북 감독이 “제주의 상승세가 괜찮아 우리가 우승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할 만큼 깊은 인상을 남겼다. 베테랑 수비수 조용형과 김원일을 필두로 진성욱, 이찬동, 박진포, 이창근 등 알짜배기 국내 선수들을 폭풍 영입해 신·구 조화를 이뤘다. 여름엔 중국과 독일에서 뛰던 윤빛가람과 류승우를 데려왔다. 그 결과 올 시즌 K리그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16강에 진출해 한국축구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다. 비록 원했던 우승 꿈은 이루지 못했으나 2010년 이후 처음으로 2위까지 치솟아 ACL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승격팀 강원과 대구의 행보도 눈에 띄었다. 2014년 상주, 2015년 대전, 지난해 수원FC 등 2부에서 승격한 팀들이 첫 해 시즌을 마친 뒤 또다시 2부로 강등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올해엔 강원과 대구가 모두 살아남았다. 강원은 전북과 제주 못지 않은 영입 러시로 지난 겨울 국내 프로축구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국가대표 이근호와 계약해 화제를 뿌리더니 황진성, 오범석, 김승용 등 베테랑 선수들을 계속 확보해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는 지난해 MVP 정조국까지 손에 넣으며 단숨에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최종 목표였던 내년 ACL 티켓을 손에 넣는데는 실패했지만 올해 시·도민 구단 중 유일하게 6강에 진입하는 성과를 올렸다. 국가대표 감독 출신 조광래 대표이사가 지휘하는 대구도 감독 교체의 우여곡절 속에서 8위라는 고무적인 성적으로 1부에 잔류했다. 세징야와 주니오, 에반드로 등 외국인 공격수 만큼은 어느 클래식 구단 못지 않은 라인업으로 구성해 톡톡히 효과를 보면서 내년 시즌을 기약하게 됐다.
전북, 제주, 강원, 대구가 투자의 모범사례를 보여준 반면 일찌감치 ‘내려갈 팀’으로 꼽혔던 팀은 예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제철가 형제들이 나란히 부진했던 것도 투자에 인색했기 때문이다. 포항은 신화용, 김원일, 문창진 등 기존 주축 선수들을 내주고도 특별한 보강이 이뤄지지 않은 탓에 시즌 초반 분전에도 불구하고 2년 연속 스플릿시스템 상위리그 진출에 실패했다. 전남은 선수 숫자부터 적어 1년 내내 고전했다. 8월6일 포항전부터 시즌 최종전인 11월18일 대구전까지 14경기에서는 6무8패로 바닥을 기었다. 팬들은 “상주가 더 부진해 전남이 잔류를 당했다”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다.
최하위로 내년 2부 강등이 확정된 광주는 누가 봐도 챌린지행이 어울렸던 한 해였다. 시 지원 예산이 줄어들면서 허리띠를 졸라맸고 정조국과 이찬동 등 주축 선수 이탈이 있었음에도 적절한 보강이 이뤄지지 않았다. 기영옥 단장도 시즌 중반 “올해는 힘들 것 같다”고 토로할 정도였다. 남기일 감독과 결별하고 강등권 탈출 전문인 김학범 감독까지 영입하는 극약 처방까지 단행했음에도 무용지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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