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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한화 송은범(34)이 환골탈태했다. ‘예쁜 투구폼’을 버리고 지저분한 볼끝을 장착하자 전혀 새로운 투수가 됐다.
송은범은 8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18 KBO리그 KT와 정규시즌 원정경기에 8-8로 맞선 8회초 마운드에 올라 2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틀어 막았다. 눈길을 끈 대목은 31개를 던지는 동안 포심 패스트볼을 단 하나도 던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교과서적인 투구 폼으로 150㎞짜리 깨끗한 포심을 꽂아 넣던 모습이 사라졌다. 한국 야구대표팀 선동열 감독의 현역시절처럼 등을 동그랗게 오므려 힘이 분산되는 것을 차단한채 하체 리드로 던지는 투구 폼 변화가 가장 눈에 띈다. 종으로 떨어지는 최고 137㎞짜리 슬라이더는 반대 궤적으로 휘는 투심 패스트볼(최고 145㎞)과 찰떡궁함을 자랑하며 매서운 KT 방망이를 잠재웠다.
강한 구위를 갖고 있으면서도 여러 이유로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송은범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투구폼을 전면 수정했다. SK 시절부터 수 많은 투수코치를 만나 다양한 폼으로 타자들을 상대했지만 2011년 8승 8패 방어율 3.43을 기록한 이후 끝없는 내리막길로 접어 들었다. 올해 스프링캠프 명단에서도 제외된채 절치부심한 송은범은 정민태 투수코치의 권유로 투심 패스트볼을 장착한 뒤 맞혀잡는 투수로 변신을 꾀했다. 송은범은 “고치 캠프에서 정민태 코치님이 스플리터를 던져보자고 제안하셨는데 투심이 나을 것 같아 던지기 시작했다. 포심과 섞어 던져도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팔꿈치에 걸리는 부담을 덜 수 있고 생각했던 것보다 제구가 잘 돼 유용한 구종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 잘한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팀에 보탬이 되는 투수가 되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했다. 오늘 승리를 기세로 팀이 조금 더 치고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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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송진우 코치는 “투심이나 슬라이더 모두 결국은 타자를 속이기 위한 구종이다. 이 전에 허리를 세우고 다리를 천천히 들어 올릴 때에는 타자에게 여유를 준다는 느낌이 있었다. 어차피 승부를 걸거면 조금 더 빠른 템포로 기습공격을 하는게 좋지 않겠나. 그래서 투구폼을 조금 빨리 하자고 주문했는데 본인이 잘 받아들인 것 같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송은범이 흐름을 걸어 잠그자 야수들이 힘을 냈다. 연장 10회초 KT 더블스토퍼 중 한 명인 엄상백을 상대로 이성열의 좌중간 안타와 지성준의 2루타로 무사 2, 3루 기회를 만들고 정경운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어 이용규와 정근우의 연속 볼넷으로 한 점 달아난 뒤 송광민이 좌익선상 2타점 2루타를 때려 4점을 뽑아냈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딱 한 명만 미쳤으면 싶었는데 (이)성열이가 제대로 미쳤다. (송)은범이를 포함한 베테랑들이 좋은 기운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쌀쌀한 날씨에 봄비까지 내렸는데 끝까지 응원해주신 관중들께 승리의 기쁨을 드리고 싶다. 따뜻한 봄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경기전 말이 현실이 된 것 같아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