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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토론토 오승환(36)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공격적으로 타자와 승부에 임하며 이전과는 다른 패턴으로 아웃카운트를 잡는다. 5월 내내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빅리그 두 번째 전성기를 활짝 연 오승환이다.
오승환은 시즌 내내 큰 기복이 없는 편이지만 대체로 날이 따뜻해지면서 구위가 부쩍 좋아지는 스타일이다. 찬바람이 남아있는 3~4월을 지나 5월부터 컨디션이 정점을 찍는다. 지난해에도 5월 한 달 동안 2승 6세이브 방어율 1.38로 가장 성적이 좋았다. 올시즌에도 어김없이 5월이 돌아오자 연일 언터처블급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기록만 봐도 활약을 체감할 수 있다. 오승환은 올시즌 19경기에 등판해 18.2이닝 동안 1승 1세이브 방어율 1.45를 기록중이다. 4월까지 13경기에서 11.1이닝 방어율 2.38을 기록했는데 5월 들어 6경기 7.1이닝 방어율 ‘제로’로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5월 들어서는 안타도 단 하나만 허용했을 정도로 타자들을 압도했다. 볼넷도 단 1개로 제구도 완벽했다. 13일(한국시간) 보스턴과 홈경기서 라파엘 데버스에게 우전안타를 맞아 무안타 행진은 깨졌지만 다음 타자 에두아르도 누네즈를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임무를 완수했다.
호투의 첫 번째 원인은 변화구 추가에 따른 다양한 볼배합이다. 올시즌 들어 오승환은 직구, 슬라이더 투피치에서 벗어나 체인지업과 커브의 비중을 높였다. 4가지 구종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직구의 위력이 한층 강해졌다. 직구의 무브먼트도 투심 패스트볼을 연상케할 정도로 공끝의 움직임이 뛰어나다. 초구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잡고 직구로 상대를 압도하는 피칭을 한다. 이렇게 수싸움과 힘에서 타자에게 우위를 점하다보니 승부를 지체할 이유가 없다. 쉽게 2스트라이크를 잡고 곧바로 결정구를 던진다. 최근 3경기에서 이닝당 투구수가 15개 이하다. 지난 10일 시애틀전에선 공 7개로 삼자범퇴를 완성했다. 이른 시점에 볼카운트 싸움에서 주도권을 잃은 타자들은 볼끝이 살아있는 직구에 제대로 대응도 하지 못한채 더그아웃으로 향하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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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늘어난 하이 패스트볼도 주목할 부분이다. 오승환은 2스트라이크 후 하이 패스트볼로 유독 재미를 보고 있다. 낮은 로케이션에 공 2~3개를 던진 후 스트라이크존 상단에 패스트볼을 꽂아넣는다. 눈 높이로 솟아오르는듯한 위협적인 패스트볼에 타자들은 헛스윙하거나 범타로 허무하게 물러난다. 13일 보스턴전에서도 강타자 JD 마르티네스와 누네즈를 각각 몸쪽과 바깥쪽 하이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지난 2년 동안 오승환과 배터리를 이룬 야디어 몰리나는 2스트라이크 이후 직구보다는 변화구, 스트라이크존 상단 보다는 좌우 코너를 주문했지만 토론토 주전포수 러셀 마틴과 백업포수 루크 메일은 또다른 방법으로 삼진을 잡는 전략을 세웠다.
오승환을 비롯한 토론토 불펜 필승조는 지난 9일 마무리투수 로베르토 오수나가 폭행사건으로 이탈한 후 더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대체 마무리투수 후보군인 오승환, 타일러 클리파드, 존 엑스포드, 라이언 테페라 모두 오수나가 빠지고 난 뒤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토론토 존 기븐스 감독은 오수나가 이탈한 시점에서 상대와 상황에 따라 마무리투수를 기용하는 집단 마무리투수 체제를 예고했다. 최근엔 클리파드가 9회 세이브 상황에서 등판했지만 앞으로는 오승환이 9회에 마운드에 오를 수도 있다.
마무리투수 자리를 두고 토론토 필승조 투수들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오승환도 지난해보다 더 뛰어난 투구내용으로 한미일 통산 400세이브를 정조준하고 있다. 오승환은 KBO리그에서 277세이브, 일본프로야구에서 80세이브,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 40세이브를 거둬 한미일 통산 397세이브를 기록중이다. 대기록 달성까지 3세이브만을 넘겨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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