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스크바=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전성기에 근접한 기량에서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월드컵. 세계 축구 ‘양대 스타’인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레알 마드리드),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31·FC바르셀로나)가 나란히 러시아 월드컵 첫 경기에 나섰으나 희비가 엇갈렸다. 호날두가 신들린 ‘해트트릭 원맨쇼’로 조국을 구한 것과 다르게 메시는 페널티킥(PK) 실축 악몽을 떠안으며 고개를 숙였다.
4년 전 동계올림픽 개최 이후 국제적인 주목을 받지 못한 소치는 호날두의 등장으로 모처럼 흥분의 도가니였다. 그것도 조별리그 최고의 빅 매치로 꼽히는 포르투갈-스페인(B조)전 열렸다. 16일(이하 한국 시간) 소치 피시트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날 경기에서 호날두는 킥오프 4분 만에 자신이 얻어낸 PK로 선제골을 넣은 데 이어 1-1로 맞선 전반 44분 문전에서 왼발로 두 번째 골을 해냈다. 스페인의 거센 추격으로 2-3으로 점수가 뒤집어진 후반 43분.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때린 프리킥이 절묘하게 골문 오른쪽 위 모서리를 가로지르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패색이 짙은 포르투갈을 구해내며 3-3 무승부를 이끌었다. 이번 대회 1호 해트트릭. 호날두는 지난 2006 독일 대회부터 4개 대회 연속 득점에 성공했다. 다만 지난 3개 대회에서는 각각 1골씩만 넣었다. 러시아에서 마침내 월드컵 한 대회 최다 득점 기록을 썼다. 또 만 33세 130일 나이에 해트트릭에 성공했는데, 역대 최고령 월드컵 해트트릭 선수가 됐다. 종전 기록은 1978년 아르헨티나 대회 이란전에서 3골을 넣은 30세 335일의 롭 렌센브링크(네덜란드)다.
하루 뒤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끝난 D조 1차전 아르헨티나-아이슬란드에선 호날두의 라이벌 메시가 출격했다. 개최지 수도에 뜬 메시에 대한 관심은 상상 이상이었다. 4만5000여 관중이 몰린 이날 꼭 아르헨티나인이 아니더라도 ‘등번호 10, Messi’ 하늘색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세계 각지 사람으로 붐볐다.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한 관중은 암표라도 붙잡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한 중국인 커플은 메시 유니폼으로 커플룩을 한 뒤 “티켓 예매에 실패했는데 현장에서 어떻게 해서든 구하고 싶다”며 바쁘게 돌아다녔다. 콜롬비아 유니폼을 입고 등장한 한 여성은 “(콜롬비아가 모스크바에서 경기하지 않지만) 메시를 보려고 왔다. (현장) 티켓을 구하고 있다”며 “하메스(로드리게스)도 스타지만 메시는 모두의 스타아니냐”고 웃었다. ‘I NEED A TICKET(나는 티켓이 필요합니다)’ 피켓을 든 러시아인도 여럿 있었다. 자영업자 시니코프 씨는 “경기장 입구에서 암표 가격을 3만 루블(약 52만 원)부터 부르더라”며 “우리 여건에는 비싼 가격”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
|
메시를 취재하려는 각국 미디어도 골머리를 앓았다. 언론사가 월드컵 각 경기 취재를 하려면 국제축구연맹(FIFA) 홈페이지에 취재 신청을 해야 한다. 경기 당일 미디어석 입장 티켓이 주어진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아이슬란드전은 수많은 언론사가 승인을 거절당했다. FIFA 관계자는 “개최국 수도에서 열려 너무 많은 미디어가 몰렸다”고 해명했다.
이러한 열기 속에서 메시의 동작 하나하나에 시선이 쏠렸다. 전날 호날두가 대활약한지라 더욱 관심이 컸다. 그러나 경기장도, 기자가 모인 미디어센터에서도 탄식만 흘렀다. 특히 메시가 1-1로 맞선 후반 20분 PK 키커로 나서 골문 왼쪽을 겨냥해 찬 슛이 아이슬란드 하네스 할도르슨 골키퍼 선방에 막혔을 땐 모두가 경악했다. PK 실축 이후 메시는 부담을 떠안은 듯 무리한 플레이까지 나왔다. 결국 아이슬란드 ‘얼음 성벽’에 막힌 채 패배 같은 무승부로 끝났다. 아르헨티는 슛수에서만 713-188로 아이슬란드에 크게 앞섰다. 이중 메시에게 70회가 패스가 전달됐다. 그러나 메시가 때린 11개의 슛, 3개의 유효슛은 무위에 그쳤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