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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탈꼴찌 그 이상을 노리는 KT가 홈런 군단으로 변신했다. 홈런 수 증가가 다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상대 배터리에게 ‘언제든 홈런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심어주는 것만으로도 경기를 쉽게 풀어갈 힘이 된다. KT 이숭용 타격코치는 타자들에게 “서서 삼진 먹어라”고 주문하는게 장타력 증가의 동력이 됐다고 한다.
이 코치는 KT 창단 멤버로 합류해 1, 2군을 오가는 설움을 겪었다. KT 김진욱 감독이 부임한 뒤에도 퓨처스팀에 머물며 육성에 주안점을 뒀다. 거듭되는 타격부진으로 지난 6월 18일 1군에 승격했고 이 때부터 잠자던 KT 타선의 폭발력이 조금씩 깨어나기 시작했다. 7월 한 달 동안 홈런 38개를 쏘아 올리며 SK(33개)를 제치고 월간 팀 홈런 1위 등극을 가시권에 뒀다. 박경수가 9방을 때려냈고 멜 로하스 주니어도 8개를 쏘아 올려 홈런 레이스를 견인했다. ‘슈퍼루키’ 강백호와 88억원의 사나이 황재균이 각각 5개로 뒤를 이었고 김지열까지 지난 28일 수원 LG전에서 생애 첫 끝내기 홈런의 짜릿함을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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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T 경기를 보면 타석이 끝난 뒤 더그아웃에 돌아간 선수들이 이 코치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이 코치의 질문은 주로 “어떘어?” 정도다. 훈련 때에도 타격코치와 선수들의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무슨 얘기를 하나 싶어 이 코치에게 물었더니 “서서 삼진 먹으라. 그리고 자기 스윙 하라. 이 두 가지만 얘기한다”고 말했다. 어떤 팀은 루킹 삼진 금지령을 내리기도 하는데 KT는 정반대 주문을 하는 셈이다.
이 코치는 “서서 삼진 당할 때에는 주로 꽉 찬 공이다. 빠른 공이든 변화구든 보더라인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는 공은 건드려도 파울이다. 상대 투수가 던진 잘 제구된 공을 어설픈 스윙으로 갖다대다 아웃당하느니 볼 궤적을 지켜보며 삼진을 먹는게 다음 타석을 위해 전략적으로 도움이 될 때가 많다. 상대가 잘 던진 공은 인정하고 그렇지 않은 공은 적극적인 스윙으로 공략하라는 게 타자들에게 하는 얘기다. 투수가 완벽한 공을 던지는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타석을 마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타자들에게 “어떘어?”라고 묻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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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은 타이밍 싸움이라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호흡이 안정되면 이른바 오버스윙도 사라진다. 이 코치는 “어리고 의욕적인 선수들이 많다보니 타석에서 오버스윙을 할 때가 잦다. 오버스윙이라는건 본인이 느껴야만 바로잡을 수 있어 계속 물어본다. ‘오버된 것 같다’는 얘기를 하면 다음 타석에서는 신경써서 해보라고 주문하고 ‘괜찮았던 것 같다’고 답하면 계속 밀고 가보라고 주문한다”고 밝혔다. 아직은 부딪히고 깨져볼 시기라는 게 이 코치의 생각이다. 그는 “베테랑들도 있지만 결국 KT는 젊은 선수들이 성장해 주축이 돼야 하는 팀이다. 다양한 시도로 각자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할 시기라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선수 스스로 자기 것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내가 이래라 저래라하는 것보다 선수들이 다가오도록 만드는 게 내 일”이라고 강조했다.
득점력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지만 ‘공부하는 코치’로 자리잡은 이 코치가 소통의 달인으로 진화하고 있다. KT 타선도 덩달아 진화 중이다. 이들의 여름이 뜨거운 이유다.
zzang@sportsseoul.com